[유망주] 꿈이 아름다운 중원의 해결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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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회 대통령금배 전국 고교축구대회, 광양제철고와 부평고의 결승전이 벌어지고 있는 동대문운동장. 부평고에 0-1로 뒤지고 있는 광양제철고의 파상공세가 번번이 무위로 끝나고, 남은 시간은 2분. 광양제철고로서는 무언가 확실한 카드가 필요한 순간이다.

이 때 부평고의 패스를 끊고 오른쪽 터치라인을 따라 무서운 스피드로 파고드는 선수가 있다. 흐느적거리듯 화려한 개인기를 뿌리며 골문앞까지 내달아 회심의 슛을 날렸지만 수비수의 태클에 걸려 골라인 아웃.

곧 주심의 호각은 울렸고, 광양제철고 선수들은 그라운드에서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마지막 찬스를 살리지 못한 미안함 때문에 복받쳐 울고 있는 동료들을 한쪽 구석에서 묵묵히 지켜만 보고 있는 이 선수는 광양제철고 3학년 이진석이다.

“꼭 이겼어야 하는 경기였는데...”라며 말끝을 흐리고야 마는 이진석은 이번 결승전에 아쉬움이 많다. 지난 5월 백운기에 이어 올들어 2번째 우승의 기회였고, 선배들이 번번이 고배를 마셔야만 했던 부평고와의 일전이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최우수선수상까지도 노려 볼 수 있는 경기였다. 하지만 정말 안타까운 것은 팀의 리더이자 주득점원으로서 팀이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 활로를 열어줄 책임을 다하지 못 한 점이다.

이진석은 이번 대회에서 7골로 득점왕에 올랐다. 오른쪽 날개를 책임지는 공격형 미드필더이면서도 득점왕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100m를 12초에 끊는 빠른 발과 현란한 드리블 솜씨 때문이다.

여기에 찬스에 민감한 득점력과 어시스트 능력까지 겸비하고 있어 고교 공격수로선 더할 나위없이 좋은 기량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받고 있다.

공무원 아버지와 식당을 하시는 어머니 사이에 2남 1녀중 막내로 태어난 이진석은 해남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축구를 시작했다. 빠른 발 때문에 줄곧 공격수로 활약해 왔는데 지금은 미드필더보다 스트라이커에 더 큰 매력을 느낀다고 한다. 172cm에 65kg. 다소 왜소한 체격이지만, 존재 자체만으로도 상대에게 위협적인 스트라이커가 되는 것이 그의 꿈이다.

스피드와 기술, 지능적인 플레이 방법을 더 배우려고 노력하는 그의 성공 모델은 잉글랜드 리버풀의 오웬과 수원삼성의 고종수. 자신과 비슷한 체격이지만 이를 극복해낸 선수들이기 때문이다.

이진석은 졸업후 대학진학을 희망하고 있다. 설익은 채로 프로무대에 나가기 보다 스스로를 완벽한 하나의 작품으로 만들고 싶어서다. 그라운드에서 보여주는 화려한 플레이보다 더 아름다운 꿈과 포부를 가진 이진석에게 한국축구의 내일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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