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 재협상 → 연구’…수위 낮춘 김하늘 판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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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김하늘(43·사법연수원 22기·사진) 인천지법 부장판사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관련 건의문을 대법원에 제출했다. 그는 지난 1일 법원 내부통신망을 통해 “대법원에 한·미 FTA 재협상을 위한 태스크포스팀(TFT) 구성을 청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9일 대법원에 따르면 김 부장판사는 이날 소속 법원장인 인천지방법원장을 통해 대법원에 건의문을 제출했다. 건의문을 보고받은 양승태 대법원장은 법원행정처에 내용 검토를 지시했다.

 김 부장판사는 이날 제출한 ‘대법원장님께 올리는 건의문’에서 “대법원 산하에 한·미 FTA 연구를 위한 TFT를 설치해 우리의 사법주권을 침해하고 있는지 연구·검토하는 조치를 취해달라”고 밝혔다. 건의 내용이 당초의 ‘재협상’에서 ‘연구’로 달라진 것이다.

 건의문은 “네거티브 방식 개방, 역진 방지 조항, 간접수용 손실보상 등의 조항이 불공정성을 판단하는 데 있어 연구해볼 가치가 있다”며 “거칠게 비유하면 투자자·국가 소송제(ISD)는 서부시대에 총잡이들이 차고 다니는 총과 같아 굳이 뽑지 않아도 일반인들이 눈치를 보며 피해가게 되는 것과 같다”고 했다. 이어 “법률의 최종 해석 권한을 갖고 있는 사법부가 TFT를 구성해 공식 검토 의견을 낸다면 국민들의 의구심과 사회적 갈등 해소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김 부장판사는 그동안 자신의 의견에 동조한 판사들을 상대로 의견을 모은 뒤 8일 완성본을 회람시켜 건의문 내용을 최종 조율했다. 당초 174명이 동의 댓글을 달았지만 이 중 9명은 건의문 제출 과정에서 “건의문이 한·미 FTA 반대를 지향해서는 안 된다”며 동의를 철회한 의사를 밝혔다.

이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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