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포커스] '미국여행기'

중앙일보

입력

"미국이 내 마음을 사로 잡지 않은 날이 없고, 또 나를 실망시키지 않은 날이 없다."

'불꽃여인' 보부아르의 첫 미국 인상기는 이처럼 혼란스러운 것이었다.

문화적으로 콧대 높기로 소문난, 유럽의 지성으로서 전쟁 승리자의 미국을 바라보기란 얼마나 힘겨웠을까.

그러나 보부아르는 '젊은 미국' 이 노쇠한 세계를 따라잡아 가는 방식에 진심으로 경외하며 "이 멋진 인간의 승리 앞에서 한 휴머니스트는 그저 경탄할 수 밖에 없다" 고 솔직히 고백한다.

1947년 1월 25일부터 넉달간을 적은 이 책은〈제2의 성〉(49년)으로 저명한 에세이 작가로 떠오르기 전에 나왔다.

사상적으로도 페미니즘과 실존주의로 경도되기 이전인데다, 미국 작가 넬슨 올그런과의 연예시절과 맞닿아 있어 그녀의 '열린정신' 이 빛을 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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