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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배우? 둘다! - 에드워드 노튼

중앙일보

입력

7월 15일 폐막된 체코 카를로비 바리 국제영화제를 방문한 스타 중 가장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인물은 아마도 '에드워드 노튼'일 것이다. 비록 배우가 아닌 감독으로서 영화제를 방문했지만 그가 가는 곳마다 카메라 플래시가 멈출 틈이 없었다.

직접 만나본 그는 정말로 근사하게 생긴 배우였다. 비록 그의 감독 데뷔작〈키핑 더 페이스(Keeping the Faith)가 그저 그런 평가를 받아 다소 의기소침하긴 했지만 배우로서의 '에드워드 노튼'은 그야말로 단 한편의 실패작도 없을 만큼 완벽한 연기를 관객들에게 선사한 헐리웃 차세대 선두주자다.

1969년 미국 메릴랜드 콜롬비아에서 변호사인 아버지와 영어 교사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이미 다섯 살 때 연극〈레미제라블〉을 보고 자신의 길을 일찌감치 결정했을 만큼 연기에 대한 강한 애착을 보였다. 명문 예일대를 다니며 틈틈이 오프 브로드웨이에서 무대 활동을 펼쳤을 정도로. 꽤 오랫동안 기본기를 다진 후 '리차드 기어'와 공연한〈프라이멀 피어(Primal Fear)〉로 스타덤에 올랐다. 사실〈프라이멀 피어〉에서 신부 살해범이자 다중인격자로 처음 물망에 오른 인물은 다름 아닌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하지만 디카프리오는 출연을 고사했고 할 수 없이 제작진은 신인배우를 모집해야 했다. 경쟁률은 무려 2000대 1.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헐리웃으로 날아간 '에드워드 노튼'은 상처받기 쉬운 여린 청년의 모습과 이면에 감춰진 극단적 폭력의 이중적 캐릭터를 신인답지 않게 뛰어난 연기력을 선보이며 일순간에 대중과 평단의 주목을 받았다. 뿐만 아니라 아카데미 남우조연상 후보에 지명됐고 골든 글로브 남우조연상을 수상하는 영광까지 누렸다.

'에드워드 노튼'이 '우디 알렌' 감독을 만난 것은 정말 뜻밖의 행운이었다. 뉴요커들의 로맨스를 낭만적으로 그려낸 로맨틱 코미디〈에브리원 세즈 아이 러브 유(Everyone Says I Love You)〉에서 '드류 베리모어'의 상대역인 순정파 청년으로 감쪽같이 변신, 다시 한번 평단의 주목을 받았다.

같은 해〈래리 플린트(The People vs. Larry Flynt)〉에 출연한 그는 유능하고 원칙적인 변호사 역할을 맡아 자포자기 상태의 래리를 끝까지 변호하는 배역을 맡았다.〈래리 플린트〉는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아마데우스〉로 두 번이나 아카데미를 거머쥔 거장 '밀로스 포먼' 감독이 연출하고, 민감한 정치적인 사안을 다뤄 만드는 영화마다 화제를 불러 일으켰던 '올리버 스톤'이 제작한 작품으로 97년 베를린 영화제 그랑프리 수상작이다.

1년 간의 공백을 깨고 새로운 각오로 뛰어든〈라운더스(Rounders)〉는 '맷 데이먼'과 멋진 콤비를 이루며 박스 오피스를 점령한 작품. 그는 도박의 세계를 통해 인생의 도전과 모험을 그려낸 이 작품에서 완벽한 손놀림을 위해 피나는 훈련을 거쳐 낙오자 청년 '웜'을 훌륭히 소화해 냈다는 평을 받았다.

이후 출연한 문제작〈아메리칸 히스토리 X(American History X)〉에선 과격한 백인 우월주의자 '데릭'으로 등장해 다시 한번 세인들의 주목을 받았다. 미국 사회에 잔재해 있는 인종차별과 폭력성에 대한 심각한 질문을 던진 이 작품은 99년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에 노미네이트 되었으며 '배우의 연기가 극 전체의 완성도를 한 차원 높였다'는 극찬을 받았다.

〈파이트 클럽(Fight Club)〉은 타고난 비주얼 리스트 '데이빗 핀처'의 다소 복잡한 영화로 물질문명과의 한판 전쟁을 다룬 특이한 영화. 헐리웃의 두 별 '에드워드 노튼'과 '브래트 피드'의 연기대결로 제작전부터 큰 관심을 모았다. 다소 유약해 보이는 영화 초반의 이미지와는 달리 후반부로 갈수록 폭력에 몰입하는 그의 연기가 압권이다.

밀려드는 출연제의 속에서도 '에드워드 노튼'은 또 다른 도전을 시작했다. 마침내 감독으로 데뷔한 것이다. 데뷔작〈키핑 더 페이스(Keeping the Faith)〉은 제목에서 풍기는 이미지와는 달리 심각하거나 따분한 종교 이야기가 아니라 죽마고우로 신부가 된 '브라이언'(에드워드 노튼)과 랍비가 된 유태인 '제이크'(벤 스틸러) 사이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유쾌하게 담아낸 영화다. 하지만 '에드워드 노튼'이 감독과 배우를 겸한 탓인지 배우로 출연했던 이전 영화들에 비해 다소 엉성한 면이 엿보인다.

다양한 연기의 폭과 고정되지 않고 서로 판이하게 다른 그의 이미지 덕분에 '젊은 드 니로'라는 영광스런 닉네임까지 얻은 '에드워드 노튼'. 연기뿐 아니라 감독으로서의 활동도 기대되는 멋진 남자다.

※필자 조은성씨는 영화 〈내일로 흐르는 강〉조감독, EBS 교육방송 〈시네마 천국〉구성작가를 거쳐 나우누리 영화 동호회 〈빛그림 시네마〉시삽, 잡지사 기자 등으로 활동했으며 현재는 웹PD와 영화 컨텐츠 전문가로 활동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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