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T-2000 황금열차 타자"

중앙일보

입력

정보통신업계와 테헤란 밸리가 차세대 이동통신인 IMT-2000 태풍권에 접어들었다.

직원들은 저마다 IMT-2000컨소시엄에 끼어 들려 안간힘이고, 창투사와 벤처 캐피탈도 이를 노려 현금을 걷어 들이는 바람에 테헤란 밸리의 돈 가뭄은 더욱 심해 지고 있다.

SK.한국통신.LG그룹 직원들은 요즘 이 컨소시엄으로 옮기려는 물밑 경쟁이 치열하다.

"재테크의 마지막 기회를 놓칠 수 없다는 분위기입니다" (LG의 A상무). 컨소시엄으로 옮기면 스톡옵션.우리 사주로 한몫 챙길 수 있다는 계산 때문이다.

이들은 SK텔레콤.한통프리텔.LG텔레콤으로 옮긴 입사동기들이 우리 사주로 엄청난 차익을 남긴 것을 기억하고 있다.

컨소시엄으로 옮기려 기를 쓰기는 SK텔레콤.한통프리텔.LG텔레콤의 직원들도 마찬가지다.

인사담당자들은 "한번 재미를 본 사람이 더하다" 며 혀를 내두르고 있다.

C사는 계열사 홍보 임원 3명이 모두 IMT-2000의 홍보팀장을 노리고 있다.

홍보 담당 실무자는 "사내 간부들부터 황금알로 보고 달려드는 마당에… 그동안 출연금을 낮추려 사업전망이 별로라고 주장해온 게 부끄럽다" 고 말했다.

정보통신부의 고위 공무원들도 IMT-2000 컨소시엄에 은근한 기대를 나타내고 있다. 정통부의 한 간부는 "3개의 컨소시엄에 서기관급 1~2명씩만 나가도 인사 숨통을 틔어줄 것" 라고 기대했다.

반면 테헤란 밸리에는 'IMT-2000 보리 고개' 가 한창이다. 자금사정이 넉넉한 선발 창투사와 벤처 캐피탈들이 현금을 재투자하지 않고 금고에 쌓아두는 바람에 돈줄이 마르고 있다.

이런 현상은 이 컨소시엄에 중소.벤처기업 참여폭이 늘어나면서 한층 심해졌다. 줄잡아 2조원 가량의 중소.벤처기업 자금이 들어갈 틈새가 생겨난 것이다.

물론 창투사와 벤처 캐피탈이 직접 컨소시엄에 들어가기는 어렵다. 그러나 이들은 중소.벤처기업들이 한꺼번에 2조원의 자금을 동원하기 힘들다고 보고 틈새시장을 노리고 있다.

눈치 빠른 창투사들은 이미 자금난에 빠진 벤처들과 은밀히 이면계약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컨소시엄에 필요한 자금을 창투사가 부담하는 대신 이름을 빌려준 벤처와 주가차익을 나누어 갖는 식이다.

K창투사 관계자는 "솔직히 미래가 불투명한 벤처보다 수익전망이 확실한 IMT-2000에 투자하고 싶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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