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사설AS, 배터리 5만원 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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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직장인 박수현(28)씨는 최근 실수로 아이폰4를 물에 빠뜨렸다. 먹통이 된 스마트폰을 들고 그가 달려간 곳은 애플의 정식 서비스센터가 아닌 사설 애프터서비스(AS) 업체였다. 서울 지하철 강남역 인근 사설 수리업체에서 만난 박씨는 “업무 때문에 최대한 빨리 휴대전화를 살려야 하는데 공식 서비스센터에 가면 시간이 오래 걸려 이곳을 찾았다”고 말했다.

 박씨처럼 애플 공식 센터 대신 사설 수리업체를 이용하는 이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 강남역 인근에만 10여 개 사설업체가 성업 중이다. 수리업체 ‘아이픽스’의 백승봉 엔지니어는 “하루 30명 정도가 찾는다. 국내 제조사들의 AS 방식에 비해 리퍼폰(재생폰) 교환 중심인 애플 AS는 비싸고 불편할 뿐 아니라 더디게 느껴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소비자들이 사설업체를 찾는 첫째 이유는 비용이다. 아이폰4 배터리를 교체할 경우 공식 센터에선 8만8000원을 받지만 사설 업체 가격은 4만원 선이다. 애플은 고장 부위가 자사가 정한 부분 수리 대상이 아닌 경우 리퍼폰을 지급한다. 그런데 품질보증 기간(1년)이 지났거나 사용자 실수로 문제가 발생했을 때엔 이 리퍼폰 값을 소비자가 내야 한다. 가격은 19만9000원이다. 상당한 부담인 만큼 리퍼폰 구입 대신 사설 센터에서 부분 수리를 시도하는 이가 많은 것이다.

 때로는 돈이 더 많이 드는 데도 사설업체를 찾는 이들이 있다. 박수현씨가 바로 그런 경우다. 박씨는 무상 교환 기간이 끝났지만 보험에 든 덕분에, 리퍼폰 가격은 직접 부담하지 않고 개인 분담금 5만원만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반면 사설업체에선 7만5000원을 요구했다. 그럼에도 사설업체를 택한 건 보험료 보상 신청에 드는 시간과 리퍼폰 대기 기간(1~2주) 동안 임대폰을 써야 하는 번거로움을 피할 수 있어서였다. 수리 영역도 훨씬 넓다. 아이폰4를 기준으로 공식 센터에서 부분 수리가 가능한 부품은 뒷면 유리, 카메라, 진동모터, 배터리 등 네 가지뿐이다. 사설업체에선 홈 키부터 메인 보드까지 부품 대부분을 교체할 수 있다. 사설 AS업체 ‘아이스마일어게인’의 김율리 엔지니어는 “이곳에서 사용하는 부품은 애플의 정식 인증을 받은 것은 아니나 품질엔 큰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때론 공식 서비스센터 쪽에서 사설업체 방문을 권유하기도 한다. 아이폰은 컴퓨터에 연결하면 자동으로 데이터 백업이 이루어진다. 하지만 미처 백업을 못한 채 수리 불가능한 고장이 난 경우 공식 센터에선 리퍼폰 교환과 함께 소중한 데이터도 사라지고 만다. 아이폰4의 메인보드 문제로 사설업체를 찾은 김유식(30)씨는 “공식 센터의 엔지니어가 여기선 데이터 백업이 어려우니 사설 수리점에 가보라고 해서 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위험 부담도 없지 않다. 애플코리아의 관계자는 “한 번 사설업체를 이용하면 이후 공식 AS를 받을 수 없다. 부품 또한 중국산 카피 제품이라 품질을 보증할 수 없다”고 말했다.

최종혁 기자

◆리퍼폰(refurbished phone)=애플이 재생 가능한 일부 중고 부품과 새 부품인 액정화면, 패널 등을 조합해 만든 제품이다. 애플은 부분 수리 대상 외의 하자가 발생한 경우 리퍼폰 교환을 유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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