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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덮은 중3 교실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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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지난달 25일 오전 서울 강남구 A중 3학년 교실. 1, 2학년 교실은 수업이 한창이지만 이 교실에선 학생들이 텔레비전으로 액션영화를 보고 있었다. 교실 자리 중 3분의 1은 비었고, 교복이 아닌 트레이닝복을 입은 학생들도 눈에 띄었다. 김모(15)군은 “자율형 사립고 합격 여부를 기다리고 있다”며 “기말고사가 이달 초에 끝나 학교에서 영화나 책을 본다”고 말했다. 최모(15)군은 “학교 수업이 끝나면 고교 수학을 배우러 학원에 간다”며 “지금 그런 과목을 배우면 앞으로 시간을 아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고교 입시가 다양해지면서 전국의 중학교 3학년 교실에 공동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전국 단위로 학생들을 선발하는 일부 자율형 사립고(자율고)의 경우 이르면 9월 중순부터 원서를 받는 데다 서울은 외고와 자율고 등 전기고 원서접수 기간이 지난해보다 열흘 앞당겨졌다. 빨라진 입시 때문에 3학년 2학기 기말고사를 10월 중순에도 끝내는 학교도 있다.

 입시업체 ‘하늘교육’ 임성호 이사는 “자율고가 생기면서 고교 입학을 앞당겨 준비하는 학생들이 10명 중 1명에 달한다”며 “이들 때문에 나머지 학생들도 덩달아 한 달 더 놀게 된 셈”이라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의 B중학교 교장은 “수학능력시험 직후의 고3 교실 분위기가 중학교에서도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각 학교는 내년 2월 졸업 때까지 미술관과 직업 박람회 방문 등 체험활동을 할 계획이지만 이미 김이 빠진 수업 분위기를 되살리기는 역부족이다. 지난달 25일 서울 양재 AT센터에는 진로·직업박람회가 열려 학생 수천 명이 찾았다. 하지만 경기도의 C중학교 박모 교사는 “최근에는 조퇴나 지각을 자주 하는 학생이 늘었다”며 “학교 수업은 동기 부여가 안 돼 어쩔 수 없이 왔다”고 했다.

 반면 학원은 활기를 띠고 있다. 대치동 학원가는 11월 초부터 고교 선행학습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학부모 신경아(44)씨는 “고교에 입학하면 대학 입학사정관제 때문에 전쟁이라는데, 학원에 보내는 게 마음이 편하다”고 말했다.

 교사들은 고교 진학 때까지 선행학습을 일부라도 허용해 주면 교실이 살아날 것이라고 주장한다. 현재는 교육청 지침 때문에 학교 내 선행학습은 불가능한 상태다. 서울 환일중 임원규 교감은 “미국의 선수강(AP)제도처럼 상위학교 과정을 일부 들을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중앙대 이성호(교육학) 교수는 “미국은 입학 시 학생 생활 최종보고서를 재학 중인 학교에 요구해 마지막 학기까지 학생들이 최선을 다하도록 한다”고 말했다.

김민상 기자

중3, 2012학년도 고교 진학 일정

- 9월 14 ~ 20일 : 민족사관고 원서접수
- 11월 1 ~ 3일 : 하나고 원서접수
- 11월 7일 : 민족사관고 합격자 발표
- 11월 21 ~ 25일 : 전기고(서울국제고, 외국어고, 자율형사립고, 특성화고) 원서 접수
- 11월 29 ~ 30일 : 전기고, 하나고 합격자 발표
- 12월 6 ~ 8일 : 후기고(일반고, 자율형공립고) 원서 접수
- 2012년 2월 3일 : 후기고 배정 결과 발표
자료: 서울시교육청·하늘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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