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사이트 언어폭력 방지대책 고심

중앙일보

입력

"게임에 접속하기가 무서워요"

온라인 보드 게임을 즐기는 여대생 정모(20)양은 최근 게임을 하다 당황스런 경험을 했다. 게임을 하며 채팅을 하다 정양이 여성임이 밝혀지자 상대방이 노골적으로 성에 관한 낯뜨거운 욕설을 하고나서 게임을 망쳐놨기 때문이다.

온라인 게임의 경우 온라인의 특성을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것이 채팅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온라인 게임 운영업체들은 채팅 서비스를 기본으로 제공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1대 1 형식으로 진행되는 온라인 보드 게임의 경우 여성사용자가 상대적으로 많고 게임을 하면서 채팅을 하는 것이 공개되지 않기 때문에 사용자들의 채팅빈도는 더욱 높다.

그러나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런 비공개성으로 인해 언어폭력의 강도가 심해져 게임 운영자들이 이를 방지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으나 별다른 대책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온라인 게임 서비스 시장을 선점해 어느정도 회원을 확보한 업체들은 키워드 필터링 방식의 언어폭력 방지 프로그램과 감시자를 통해 어느정도 언어폭력에 의한 피해를 줄이고 있다.

지난해 12월부터 욕설방지 프로그램을 가동한 ㈜CCR의 '포트리스2'의 경우 5명의 운영자와 '지킴이' 60여명으로 감시단을 구성해 지금까지 상습적인 '언어폭력범'5백여명의 계정을 취소시켰다.

CCR측은 "욕설에 해당하는 단어를 데이터베이스화 해서 저장된 욕설을 입력했을때 '욕설을 하지 말라'는 메시지가 뜬다"며 "그러나 점점 욕설이 지능화돼 단속하기가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키워드 식의 방지프로그램은 중의적인 의미나 동음이의어를 사용한 욕설을 할 경우 전혀 대책이 없다는 것.

'바람의 나라'를 서비스하는 ㈜넥슨은 "처음 서비스를 시작했을 때 가능한 모든 욕설 키워드로 제한했다가 사용자들의 정상적인 채팅이 되지 않는다는 항의때문에 '도우미'의 감시나 사용자들의 신고에 비중을 두게 됐다"고 말했다.

유료 게임은 사용자의 계정을 운영자가 일방적으로 폐쇄할 수 없어 게임안에서 '감옥'에 '피의자'의 캐릭터를 가두는 정도의 '사이버 처벌'에 그치고 있는 형편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최근 급증하고 있는 신생 온라인 게임업체의 경우 사정이 달라 욕설을 제한하는 프로그램을 설치하면 회원확보에 걸림돌이 되기 때문에 사실상 언어폭력을 방치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달 말 온라인 게임 서비스를 시작한 K사는 "욕설방지 프로그램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채팅에 제한을 두는 경우 접속빈도가 절반으로 줄어들어 일정수의 회원을 확보하기 전까지 도입을 보류하고 있는 상태"라고 털어놓았다.

게임 관계자들은 "'리니지'의 경우처럼 온라인 게임의 유해성 시비의 원인가운데 하나가 채팅상의 언어폭력"이라며 "점점 강도가 심해지고 지능적인 언어폭력을 방지하려면 제도적인 욕설방지 프로그램 설치 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서울=연합뉴스) 강훈상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