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 LIFE] “심플한 공간에 꽃무늬 포인트…어린시절 추억 이끌어주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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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역삼동에 있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캐스 키드슨’매장에서 이 브랜드의 대표이자 디자이너인 캐스 키드슨을 만났다.

‘꽃무늬’에 대한 반응은 양극을 달린다. 누군가는 “우아하고 고급스러운 귀족적 분위기가 마음에 든다”며 열광한다. 하지만 다른 누군가는 “지나치게 화려해서 촌스럽다”며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영국의 섬유 디자이너 캐스 키드슨(53)이라면 이런 반응들에 어떻게 대답할까. 그는 영국 전원풍 꽃무늬 제품으로 유명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캐스 키드슨’의 대표이자 디자이너다.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했고 졸업 후 10년간 인테리어 회사에서 일하면서 앤티크 가구 조사와 섬유 디자인 업무를 담당했다. 그리고 1993년 런던에서 꽃무늬를 중심으로 한 인테리어 소품 가게 ‘캐스 키드슨’의 문을 열었다. 현재 ‘캐스 키드슨’은 한국을 비롯해 영국·일본·쿠웨이트 등 전 세계 74여 곳에 매장이 있다. 이달에는 홍콩에도 상륙한다. 지난달 20일 한국을 처음 방문한 그를 서울 역삼동에 있는 ‘캐스 키드슨’ 매장에서 만났다.

글=서정민 기자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꽃무늬를 이용한 빈티지 스타일의 인테리어 소품을 만들게 된 이유는.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활동하면서 내가 추구한 것은 ‘앤티크하면서도 모던한’ 분위기였다. 하지만 당시 런던의 인테리어 시장에선 이런 것을 찾을 수 없었다. 모두 굉장히 모던하거나 너무 무거운 느낌의 앤티크 소품들뿐이었다. 그렇다면 내가 직접 만들어보자 생각했다.”

-‘앤티크하면서도 모던한’ 분위기란. “영국의 앤티크 가게에 가면 놀랄 만큼 아름다운 가구와 소품이 많다. 그런데 그것을 현대적인 우리 집에 갖다 놓으면 안 어울린다. 추억을 연상시키는 친근함이 없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캐스 키드슨’의 상징인 꽃무늬는 ‘현대적인 내 공간에 잘 어울리면서도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존재다.”

-꽃무늬와 추억, 잘 이해가 안 된다. “꽃무늬는 매우 감성적인 매력을 갖고 있다. 어린 시절 내가 뛰어놀던 집과 들판을 떠올리게 해서 아주 따뜻한 느낌을 준다. 또 많은 사람이 꽃을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각자의 가정에서 필요한 것은 바로 이런 느낌이 아닐까.”

꽃무늬 찻잔을 주방 곳곳에 놓아두면 분위기가 밝고 따뜻해진다

-꽃무늬에 대한 반응은 아주 극단적이다. “맞다. 꽃무늬를 싫어하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어떤 디자이너든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디자인한다. 그리고 모든 사람을 다 만족시킬 수 있는 디자인이란 없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것을 만들고 사람들에게 선택의 기회를 줄 뿐이다.”

-어린 시절은 어땠나. “런던에서 2시간 정도 떨어진 시골 마을에서 자랐다. 우리 집은 250년 정도 된 오래된 집으로 넓은 마당에선 강아지·조랑말·염소·당나귀가 뛰어놀았다. 정원에는 크고 아름다운 장미꽃이 많았다. 집안은 앤티크 가구들과 어머니·할머니가 직접 만든 꽃무늬 장식품으로 꾸며져 있었다.”

-어머니와 할머니의 바느질 솜씨가 좋았나 보다. “할머니가 특히 바느질 솜씨가 좋았다. 흰색 천에 큰 밑그림을 그리고 직접 수를 놓는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나의 유모 역시 바느질을 잘했다. 내게 처음 바느질을 가르쳐 준 사람도 유모다. 솜을 채우고 헝겊을 씌운 ‘캐스 키드슨’ 옷걸이는 일곱 살 때 유모가 내게 가르쳐 줬던 것을 떠올리며 만든 제품이다.”

-2009년에 출판한 바느질 책 『SEW!』가 크게 성공했다고 들었다. “나는 바느질을 잘하진 못하지만 뭔가 만드는 것을 좋아한다. 나 같은 주부들이 많을 거라고 생각해서 만든 책이다. 영국의 젊은이들 사이에선 요즘 바느질이 유행이다. 저녁이면 카페에서 바느질 모임을 갖는 젊은이들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들도 내 책의 독자다. 다양한 크기의 ‘캐스 키드슨’ 반짇고리도 인기가 좋다.”

바느질 도구를 모아놓은 미니 반짇고리.

-영국의 젊은이들이 바느질에 빠진 이유는 뭘까. “남들에겐 없는 자신만의 특별한 것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셔츠에 수를 놓거나 단추를 다른 것으로 바꿔 달면 확실히 남과 달라 보인다. 이야기 시간이 많아지는 것도 이유다. 18살짜리 딸과 가끔 TV를 보며 단추를 달거나 수를 놓을 때가 있다. 친구를 만나고 컴퓨터를 하느라 바쁜 딸이 나와 소소한 이야기들을 나누며 행복해하는 순간이다.”

-꽃무늬 소품들을 집 안에 잘 배치하려면. “집 전체를 ‘캐스 키드슨’으로 꾸민다면 물론 예쁠 것이다.(웃음) 하지만 개인적으론 부분적으로 꽃무늬를 배치하는 ‘포인트’ 장식법을 추천하고 싶다. 전체적인 공간의 분위기는 단순한 게 좋다. 가장 좋은 것은 흰색 벽이다. 꽃무늬 장식품은 머그컵·식탁보·욕실 타월 등 작은 것부터 악센트를 주는 게 좋다. 실제로 내가 살고 있는 집의 부엌은 아주 모던하다. 하지만 내가 매일 식탁보와 그릇을 바꿀 때마다 공간의 표정이 달라진다.”

-다른 가구 또는 소품들과의 조화를 위해 가장 신경 써야 할 부분은. “색깔의 조합이 관건이다. 꽃무늬에서 가장 눈에 띄는 색과 비슷한 색 또는 반대되는 색을 조합해야 어지러워 보이지 않는다.”

-꽃송이의 크기는 상관없을까. “아주 큰 꽃무늬와 작은 꽃무늬를 함께 두면 자연스럽다. 꽃무늬는 체크·도트·스트라이프 등의 단순한 무늬들과 조합해도 아주 잘 어울린다. 실제로 어린 시절 나의 침대는 스트라이프·꽃무늬 이불 두 장으로 장식돼 있었다.”

캐스 키드슨이 제안하는 꽃무늬 장식법

 주방
곳곳에 작은 소품을 배치하라

주방은 집의 심장과 같아서 밝고 따뜻하게 꾸미는 게 좋다. 그런데 현대식 주방은 첨단 전자제품이 많아 자칫하면 차갑게 느껴진다. 꽃무늬 커튼·앞치마·행주·접시 등을 곳곳에 배치하면 회색 도시에 꽃이 피어난 듯 생동감을 줄 수 있다. 식탁 의자는 대부분 나무 소재라 등받이 또는 시트에 꽃무늬 천을 씌우면 자연스럽다.

 거실
큰 덩어리감이 느껴지도록 집중 배치하라

휑하게 보이는 빈 벽면에 예쁜 못을 여러 개 박은 후 꽃무늬 소품들(긴 천 가방, 액자, 머플러, 머그 컵 등)을 걸어두면 입체감 있는 벽을 만들 수 있다. 벽 앞에 폭이 길고 좁은 장식 테이블을 놓고 그 위에 꽃무늬 액자·찻잔·주전자·화병 등을 올려놓는 방법도 있다. 생화를 말려 함께 두면 세련돼 보인다. 소파 위에 꽃무늬 쿠션을 둘 때는 동일 또는 반대 계열 색의 민무늬 쿠션과 함께 두는 게 경쾌해 보인다.

 침실
흰색 레이스와 함께 조합하라

꽃무늬는 흰색 레이스와 궁합이 잘 맞는다. 침대 옆 작은 테이블에 흰색 레이스를 깔고 그 위에 꽃무늬 갓을 씌운 장식조명 또는 소품을 세워두면 고급스러워 보인다. 침대 매트는 작은 꽃무늬, 이불과 베개는 큰 꽃무늬 천을 사용하는 게 균형감 있어 보인다. 아이들 방 한쪽 벽을 옅은 꽃무늬 벽지로 발라두면 밝고 화사한 분위기를 낼 수 있다. 또 여러 종류의 꽃무늬를 조각보처럼 이은 이불을 두면 아이들이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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