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둘째 왕자 “왕도 정년제 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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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아키히토 일왕(左), 아키시노노미야(右)

아키히토(明仁·77) 일왕(일본에서는 천황)의 차남인 아키시노노미야(秋篠宮·46)가 30일 “(일왕의) 정년제가 필요해졌다”며 현행 ‘종신 왕’ 제도의 개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그는 이날 자신의 생일(30일)에 맞춰 공개된 기자회견에서 내년에 78세를 맞는 일왕의 공무가 과다하다는 지적과 관련, “어느 연령을 지나면 점점 여러 가지 일을 하기 힘들어진다”며 이같이 말했다. 마이니치(每日)신문 등 일본 언론들은 이날 “일본의 왕족이 일왕의 ‘공무 정년’에 대해 언급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라며 아키시노노미야의 발언을 크게 보도했다. 대다수는 “기관지 폐렴으로 최근 2주간 입원하는 등 건강에 문제가 있는 부친을 걱정하는 효심에서 비롯된 발언”이란 반응이다. 하지만 “상왕제 부활 등 일본 왕실체제의 변화로 직결될 수 있는 발언”이란 분석도 있다.

 일본에서는 에도(江戶) 시대 이전만 해도 왕은 후계자에게 양위하고 상왕(上王)이 되는 길이 있었으나 현행 왕실전범은 ‘종신 왕’을 채택하고 있다. 따라서 왕이 늙거나 병들어 공무를 수행하지 못할 경우에 대비한 구체적 규정이 없는 실정이다.

 아키시노노미야는 “사람에 따라 늙어 가는 속도는 다르다”며 “단순히 나이로 (정년이 되는 기준을) 정할 것인가 등을 포함한 논의가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여성 왕족이 일반인과 결혼하면 왕족 신분을 상실하는 규정으로 인해 왕족 수가 크게 줄어들고 있는 상황과 관련, “왕족 수가 줄어드는 건 국비(國費·나랏돈) 부담의 면에선 나쁘지 않지만 왕실 유지를 위해 일정한 수는 필요하다”며 “나와 황태자의 의견도 들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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