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정위 청와대 오찬 안팎]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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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金大中) 대통령 초청으로 20일 청와대에서 열린 노사정위원 초청 오찬은 금융노련 파업 사태의 원만한 타협을 모범삼아 앞으로 노사 관계를 원만히 풀어갈 것을 결의하는 자리였다.

김 대통령도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노사정위원회의 역할에 대해 높이 평가하면서 "특히 희생정신이 컸던 노동자에 대한 감사를 잊어서는 안된다"며 경제위기 극복과정에서 노동계의 희생을 위로했다.

이 자리에서 참석자들은 빠짐없이 발언에 나서 나름대로 노사 문제에 대한 생각과 아이디어를 소개했으며, 재벌 개혁과 관련해서는 일부 견해차도 노출됐다.

김창성(金昌星) 경총 회장은 "금융노조 파업을 대화로 해결한 것은 다행이며 노사갈등을 대화로 타결하는 모델이 된 셈"이라면서 "근로시간 단축 문제 등 많은 문제가 있으나 국민 생활의 질을 높여야 한다는 점에서 전향적인 입장을 갖고 있다"고 말해 쟁점이 되고 있는 주5일 근무제의 노사간 절충 가능성을 높였다.

김각중(金珏中) 전경련 회장은 과거 영국이 포클랜드 전쟁때 파업을 중단했던 점을 예로 들며 "국가의 중대사나 위기가 있을때는 국가 문제가 우선하는 사회의 합의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헌재(李憲宰) 재경부 장관은 "이번 파업은 정부가 구조조정을 않겠다는 약속을 하라는 것이었다"며 "정부는 이제까지 규제개혁을 철저히 해왔고 은행정상화 투명성을 보장하도록 노력해 왔다"며 정부의 입장을 재차 설명했다.

반면 이남순(李南淳) 한국노총 위원장은 "노조는 구조조정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며 충분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당사자들을 배려하는 안전장치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라면서 "시간이 걸리더라도 이런 합의가 필요하며 그런 절차를 안 거쳐서 문제가 된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장은 이어 "재벌개혁을 꾸준히 해 왔지만 최근 보도를 보면 재벌의 소유구조 개선과 전문화가 안됐으며 이 때문에 노조가 정부의 개혁에 대해 불신을 한다"면서 "구조조정의 원칙에 반대하지 않지만 그 협의와 투명성 등이 이뤄지도록 노사정위가 애정을 갖고 해 나가자"고 강조했다.

신동식(申東植) 여성언론인연합 공동대표도 "선단식 기업경영문제에 대한 지적이 여러번 있었는데 최근 보도를 보면 지배구조가 더 견고해진 것 같다"며 "국민들은 개혁이 대통령의 말대로 추진되고 있는지 의심할 때가 있다"고 말했다.

이 재경장관은 재벌개혁이 미흡하다는 이러한 지적에 대해 "이제 상호보증이 거의 없어졌다" 면서 "금년부터는 이자부담 능력에 따라 시장을 통한 개혁을 할 것이며 경영지배 구조도 시장의 압력을 받도록 돼 있어 2단계 구조조정은 시장의 원칙에 따른 개혁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 김현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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