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한국전력공사…필리핀 전력 10% 공급, 해외서 ‘돈맥’캔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07면

‘공익과 수익’의 두 마리 토끼 잡기. 한국전력공사가 맞닥뜨린 상충된 과제다. 김중겸 사장이 이를 풀 해법으로 제시한 건 해외사업이다. 9월 취임사에서 김 사장은 “세계 굴지의 전력회사를 벤치마킹해 국내와 해외사업 모두 경쟁력을 높여 한전이 전 부문에서 ‘글로벌 톱’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내에서는 공익을 우선으로 전원 개발을 촉진하고 전력수급을 안정화해 국가경제 발전에 기여하고, 해외에서는 사업 다각화를 통해 수익성을 추구해 나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국전력공사가 올 6월 준공해 운영하고 있는 필리핀의 세부발전소. 한전은 현재 필리핀 전력시장의 10%를 점유하고 있다.

현재 한전은 매출의 97%를 국내에서 거두고 있다. 하지만 국내 전력산업은 포화상태에 가까워지고 있다. 결국 성장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선 해외시장 진출이 필수적이다. 한전이 시야를 밖으로 돌리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부터다. 동남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해외 발전시장에 뛰어들어 1995~96년 필리핀 말라야 화력발전소 운영, 일리한 가스복합화력발전 사업을 잇따라 수주했다. 이를 통해 필리핀 전력시장의 10%를 점유하고 있다. 중국 네이멍구에는 한전이 설치한 50여 대의 풍력발전기가 돌아가고 있다. 중국 내에서 외국업체로는 최대 풍력발전 사업자다. 또 국내 최초로 이슬람 금융권과의 프로젝트 파이낸싱을 성사시킨 사우디아라비아의 라빅 프로젝트를 비롯, 요르단·멕시코·아랍에미리트(UAE)·레바논·나이지리아 등지에서도 활발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현재 한전은 18개국에서 29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해외 사업을 본격적으로 확대하기 위한 핵심 전략은 사업지역과 사업내용을 동시에 다각화하는 것이다. 화력발전 중심에서 원자력과 수력, 신재생에너지, 자원개발, 송배전 사업으로 사업영역을 넓히고, 해외 거점도 중국·필리핀·중동에 이어 아프리카·중앙아시아·중남미 등으로 확대해나갈 방침이다. 지난해에는 멕시코 노르테2 복합화력 사업을 수주하면서 일본과 스페인계 회사가 양분하고 있던 현지 시장에 기반을 마련했다.

새로운 ‘먹거리’로 떠오른 해외 자원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전 관계자는 “전 세계에서 자원 민족주의가 강화되고, 에너지 가격이 고공 행진을 지속하는 상황”이라며 “한전의 자원개발 사업은 발전 연료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수익도 창출하기 위한 다목적 사업”이라고 말했다. 한전은 호주 물라벤 광산 지분 인수 등 6개 사업을 통해 연간 2400만t의 유연탄을 확보해 놓고 있다. 한 해 쓰는 7100만t의 34% 수준이다. 또 캐나다 데니슨사 지분 인수로 우라늄도 1040t(연간 소요 4600t)을 확보한 상태다. 2020년까지는 한전이 쓰는 발전 연료의 60%를 자원개발 투자를 통해 확보하겠다는 것이 목표다.

조민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