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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500 배당률, 미 국채 수익률보다 높아 … 50년 만의 기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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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면

263만 달러(약 30억원).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80)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과 함께하는 점심값이다. 이런 거액을 주고라도 밥을 같이 먹겠다는 건 그만큼 그의 투자 지혜를 직접 듣고 싶어서일 게다. 그 정도로 값비싸지는 않지만 의미 있는 식사자리가 16일 저녁, 서울 여의도의 한 음식점에서 있었다. 국내 가치투자의 대가라는 이들은 모두 모였다. 2008년 시작된 ‘가치투자포럼’이다. 매달 한 번씩 만나 시장 상황과 가치투자 전략에 대해 얘기하는 모임이다. 이날은 송년회를 겸해 내년 시장을 전망했다. 유럽 재정위기 등으로 시장이 크게 오를 수는 없겠지만, 사상 최대의 이익을 달성하고 있는 기업들 때문에 크게 떨어지지도 않을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시장의 화두는 ‘중국 소비’라는 데 대체로 동의했다. 이날 저녁에 동참해 오고간 얘기를 기록했다. ‘가치투자 대가들의 저녁 식사’에서 전하는 수억원짜리 투자 팁이다.

고란 기자
사진=김도훈 기자

‘가치투자포럼’의 송년회 모습. 왼쪽부터 강방천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회장, 조용준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김민국·최준철 VIP투자자문 공동대표, 이택환 전 TS투자자문 대표, 박경민 한가람투자자문 대표,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전무, 박정구 가치투자자문 대표. [김도훈 기자]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지금은 이모션 장세다. 감성으로 주가가 움직인다. 펀더멘털은 끼어들 틈이 별로 없다. 달라진 것도 없는데 주가가 하루 3%씩 널뛰기 일쑤다. 내년에도 혼란은 이어질 것이다. 그렇지만, 크게 걱정은 안 한다. 한국은 위기 때마다 성장했다.

 ▶강방천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회장=내년에도 거시(매크로) 변수는 불안하다. 유럽 재정위기는 어떻게 할 수 없는 부분이다. 그런데 기업 측면에서 보면 강하다. 애플·맥도날드를 봐라. 역사상 이렇게 건강할 수 없다. 내년 시장은 상단과 하단, 양쪽이 다 막혀 있을 것이다. 매크로 변수 때문에 주가가 더는 못 오르고, 기업이 좋아서 아래로 크게 떨어지지도 않을 것이다.

 ▶이택환 전 TS투자자문 대표=세계화의 최고 수혜자는 기업이다. 최근 10년간 주가가 오른 것도 세계화 때문이다. 기업이 좋기 때문에 설령 이탈리아가 무너지더라도, 주가가 아주 극단적인 수준까지는 안 갈 것이다. 코스피 1600이면 PBR(주가순자산비율) 1배 밑이다. 그 밑으로 가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강방천=경제 상태를 나타내는 국민총생산(GNP)은 기업·정부·민간 부문에 해외가 포함된 합이다. 미국은 GNP는 별로인데 주가가 좋다. 거꾸로 GNP 상으로는 최고인 중국은 주가가 엉망이다. 뭘까? 주가는 결국 기업이익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미국 S&P500 기업의 시가 배당률이 2.1%인데 국채 수익률이 1.8%다. 50년간 이런 적이 없었다. 기회다.

 ▶조용준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어제(15일) 워런 버핏 인터뷰를 보니까 그러더라. 내가 미국에서 농장을 하고 있는데 이탈리아 국채 수익률이 올랐다고 농장을 팔 거냐고. 장기투자하는 사람들은 이탈리아 국채가 오르든 떨어지든 무슨 상관이냐며 자기는 주식을 사고 있다고 말하더라.

 ▶강방천=그럼 무엇에 주목해야 할까. 중국 소비다. 중국 기업과 부딪치는 기업은 피하고, 중국 소비자와 만나는 기업과 사귀어야 한다. 왜 LCD 기업들이 죽을 쑬까. 중국 기업과 부딪치기 때문이다. 중국 소비자와 만나는 명품회사들은 돈을 번다. 7년 전 중국인들에게 정관장을 선물했더니 어떻게 먹는 줄도 몰랐다. 그런데 작년에 중국 가서 한약방에 들렀더니 매장 한가운데 정관장이 있더라.

 ▶김민국 VIP투자자문 공동대표=중국은 한국의 제2 내수시장이다. 백화점 사장님들 만나서 얘기 들어보면 중국인들에 대한 인식이 얼마나 달라졌는지를 느낄 수 있다. 1~2년 전만 해도 중국인들이 제발 우리 백화점 안 왔으면 했다고 한다. 화장실 지저분하게 쓰고 떠들고. 안 오는 게 낫다고. 지금은 중국인들이 최우선 고객이다. 내년엔 중국도 정권이 바뀐다. 긴축을 완화하고 소비를 진작시킬 가능성이 크다.

 ▶최준철 VIP투자자문 공동대표=중국 수혜주라고 하면 오리온·락앤락 같은 것만 생각한다. 다른 접근도 필요하다. 중국이 버리는 사업에서 수혜주를 찾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압축전지 같은 거다. 얼마 전 중국 정부가 환경문제를 이유로 납공장을 닫으라고 강제 명령했다. 중국은 산업구조를 바꾸고 싶기 때문에 그런 저기술력 산업을 의도적으로 죽이기도 한다. 그런데 한국 기업들은 환경 문제를 기술로 해결하면서 생산이 가능하다. 사양산업인 줄 알았는데 오히려 중국 때문에 성장하는 경우도 있다.

 ▶강방천=‘모바일 생태계를 활용하는 기업과 함께하라’는 게 또 다른 투자의 화두다. 모바일 측면에서 게임산업을 눈여겨보고 있다. 아이폰이 보급되고 LTE 등 초고속 모바일 통신망이 깔리고 있다. 게임산업을 위한 거대한 인프라다. 상상해 보자. 중국에서 스마트폰이 20억 대 팔린다는 것은 20억 대의 게임기가 팔린다는 의미다. 그런데 투자할 때 언제나, 반드시 고려해야 할 게 있다. 바로 경영자의 통찰력과 추진력이다. 이게 없으면 아무래 해도 기회를 잡을 수 없다.

 ▶이채원 한국밸류자산운용 부사장=최근 한 기업을 다녀왔다. 정말 오랜만에 가슴이 뛰었다. 사장에게 남다른 비전이 있더라. 정말 흠을 잡을 수 없는 기업이다. 그런데 주가가 잘 안 간다. 우리가 9%, 신영이 10%, 가치투자가 8%나 들고 있다. 여기 앉은 사람들이 20% 넘게 움켜쥐고 있으니 오르겠나(웃음). 주식이 돌게 물량을 좀 풀자.

 ▶박정구 가치투자자문 대표=그렇지 않아도 직원들이 ‘사장님이 신영이나 밸류에 전화해서 좀 팔라고 설득하라’고 하더라(웃음). 대기업에 납품하면서도 마진율이 25%나 나온다. 잘만 찾으면 그렇게 가치 있는 기업들이 많다.

 ▶허남권=내년엔 대통령 선거가 있다. 사회가 크게 변할 것이다. 지난달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그 조짐이다. 화두는 성장에서 균형·복지·분배로 옮겨갈 것이다. 그럼 중소기업에 혜택이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그간 중소기업은 코스닥에 상장돼서, 거래량이 적어서, 기관·외국인한테 버림받아서 제값을 못 받았다. 내년에는 다르지 않을까.

 ▶이택환=개인은 저축, 기업은 투자의 주체라고 예전에 경제학을 배울 때 그랬다. 지금은 아니다. 우리 가계부채가 900조원을 넘어섰다. 정부는 재정위기에 허덕인다. 기업만 돈을 쌓아놓고 안 쓴다. 내년엔 이 돈을 어떤 식으로든 분배하려는 움직임이 있을 것이다.

 ▶이채원=그간 수출 위주, 대기업 위주 정책으로 음식료·교육·통신·제약 등 내수주, 특히 중소기업이 피해를 봤다. 내년 화두는 복지다. 복지의 다른 말은 분배다. 정부가 대기업의 경쟁력을 보조해 주는 흐름은 끝나지 않았나 싶다. 내년에는 벌어놓은 것을 나눠먹는 장세가 올 것이다. 알짜 자회사를 갖춘 지주사들에 관심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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