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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가쟁명:손장훈] 윈난바이야오 그룹의 사례로 본 중국 브랜드 잠재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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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중국에 강력한 브랜드 파워를 가진 기업이 쉽게 보이지 않는 것은 이상한 일이다. 물론 레노버(Lenovo)나 하이얼(Haier) 등 몇몇 기업이 해외확장을 시도하고, 어느 정도의 성과를 거두고 있지만 그들이 강력한 브랜드 파워를 가졌다고 하기엔 부족한 면이 있다.

중국의 국가 브랜드가 질보다는 가격 경쟁력에 치중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한국의 브랜드가 값싼 노동력을 시작으로 “뛰어난 기술력”에 도달했던 것과 같이, 중국의 국가 브랜드는 변할 것이고 실제로도 변하고 있다. 가격 경쟁력이 아닌 중국의 독보적인 요소나 전통적인 요소를 담는 다기(茶器)나 차(茶), 한약 등 중국의 분명한 특성을 살리면 기업 브랜드도 국가 브랜드와 시너지 효과를 발휘해 강력한 브랜드 파워를 가질 것이다.

그 일례로 윈난바이야오 그룹(Yunnan Baiyao Group Co., Ltd.; 이하 기업 지칭 시 윈난그룹, 상품 지칭시 윈난바이야오)은 중국의 전통적인 요소로 시작해 자신의 브랜드를 확장, 최근까지도 지속적인 발전을 보여준 케이스다. 이 사례를 통해 중국 기업의 브랜드 발전의 과정과 그들이 가진 잠재력을 살펴보자

■ 윈난그룹의 시작 (1902~1999)
1902년 취환장(曲?章)은 뛰어난 지혈 효과를 가진 흰색 가루약 바이야오(백약,白藥)의 제조법을 완성시켰다. 바이야오는 윈난성(云南省)의 풍부한 약종(藥種)과 채집량을 기반으로 대량생산 되어 불티난 듯 팔리기 시작했고, 1937년 항일전쟁 때에는 중국 군대에 납품되기까지 했다. 그리고 1955년 중국 공산당이 취환장의 죽음 이후 판매가 중단되었던 윈난바이야오의 사업을 전적으로 지원하자 마음이 움직인 취환장의 아내는 죽기 전 윈난바이야오의 제조 방법을 중국 공산당에게 맡긴다.

비전을 얻은 중국 정부는 윈난바이야오의 제조 방법을 국가 기밀로 정해 보호하는 동시에, 국유기업인 쿤밍제약공장(Kunming Pharmaceutical Factory)에서 윈난바이야오의 생산을 시작한다. 1990년대까지 윈난그룹은 국가의 보호와 뛰어난 효능을 바탕으로 지속적인 발전을 이룩하고 1993년 이름을 윈난그룹으로 바꾼 후, 션전 A주로 상장한다.

윈난 그룹은 상장을 계기로 기업의 현대화를 목표로 한다. 기술적인 재정 개선부터 공장 운영의 표준화 등 윈난그룹은 상장의 과정 중 자신들의 부족함과 개선의 가능성, 그리고 잠재력을 발견했다. 윈난그룹은 기업 운영 및 관리 방침을 재정비하고 브랜드 파워에 힘을 쏟기 시작한다. 하지만 당시 바이야오를 생산하는 기업은 4개 정도로 통일된 브랜딩을 하기가 힘들었고, 과열된 가격경쟁은 상품의 품질까지 위협하고 있었다. 윈난그룹은 정부의 도움과 방침에 가격을 올리고 시장경제에 맞는 방향으로 경영체계의 전환을 시도하지만 그 효과는 크지 않았다. 정부 주도하에 이루어진 개혁은 현대 기업으로의 전환이라는 방향만 제시했을 뿐, 구체적인 계획이나 지식, 방안이 없는 상태로 진행되어 윈난그룹은 현대화의 어려움을 실감한다.

■ 윈난그룹의 변화 (1999~2004)
하지만 2000년대에 들어 윈난그룹은 많은 변화를 이룬다. 세일즈에 정통한 왕밍휘(王明?)를 CEO에 임명해 중국 국유 기업 특유의 생산 위주의 기업을 뛰어난 마케팅 채널을 확보한 기업으로 탈바꿈시킨 것이다. 상품을 만들고 고객이 오기를 기다리는 옛 방식을 버리고 마케팅 부서를 강화해 판매 채널을 다양화, 확대시킨 윈난그룹은 1999년 2억 위안을 조금 넘던 연 매출을 2000년 8억 위안까지 끌어올린다. 그리고 주식 및 그룹 내부 구조를 바꾸어 상품 및 시장을 다양화 시키고, 인터넷 판매 등을 이용해 탄탄한 판매 루트를 확보한 윈난그룹은 R&D에 본격적인 투자를 하기 시작한다.

드디어 윈난그룹은 시장에 둔감했던 국유기업에서 시장의 수요를 파악, 적응하는 시장형 기업으로 변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변화와 함께 100년이란 시간 동안 꾸준히 상품을 발전시킨 윈난그룹은 중국 국민들에게 깊은 브랜드 인식을 줄 수 있었다. 이제 윈난그룹의 윈난바이야오는 단순한 지혈제가 아닌 “효과 좋은” 치료제, “치유”란 이름으로 중국 국민의 인식에 자리했다.

2002년은 윈난그룹이 100주년이 되던 해였다. 그리고 중국이 WTO(세계무역기구)의 일원이 된 해이기도 했다. 윈난그룹은 부서 구조를 개편하고, 칭화대학교와 합작을 통해 기업자원계획(ERP) 시스템을 도입하여 관리 시스템에 개혁을 진행했다. 윈난그룹은 기업 전략을 수정하며 앞으로의 발전을 다짐했다. 수정된 전략의 주요목표는 윈난그룹 본사의 매출과 세일즈망을 강화, 그리고 약제의 소스 관리, R&D 산업화, 마케팅 채널의 확대(약국 체인), 국제화였다.

■ 브랜드 확장과 성공
하지만 윈난그룹은 심각한 문제들에 직면해 있었다. 첫째로, 매출의 대부분이 강한 브랜드 파워를 지닌 윈난바이야오에서 오고 다른 파생상품의 매출은 크지 않다는 것. 둘째로 중국 내수 시장은 포화상태에 가까워지고 상품 역시 성숙기에 들어 매출이 줄기 시작한 것. 윈난그룹은 사업의 확장의 필요성을 실감했고 이는 윈난그룹의 브랜드 확장을 이끈 원동력이 된다.

윈난그룹은 이후 3M사와 공동연구에 500만 위안을 투자하여 반창고를 개발, 상품화해 좋은 성과를 거두었다. 3M사에서 이러한 합작을 제의한 것은 윈난그룹에겐 큰 기회였고 행운이었다. 외국계 회사인 3M이 중국인에게 주는 전문적인 이미지와 중국의 전통 브랜드인 윈난그룹의 융합은 중국 시장에서 놀라운 성과를 거두었다. 반창고 사업은 꾸준한 성장을 통해 2009년에는 중국 반창고 시장 1위의 존슨앤존슨를 위협할 정도로 성장했다.

하지만 진정한 브랜드 확장의 성공은 반창고가 아닌 윈난바이야오 치약이었다. 뛰어난 지혈제로서의 윈난바이야오의 이미지는 윈난바이야오 치약의 이미지에 직접적이고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고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놀라운 매출을 이룩했다. 2005년 처음 판매를 시작으로 8000만 위안의 매출을 기록한 이 상품은 2008년 매출 5억 위안을 돌파했다. 윈난그룹은 윈난바이야오 치약과 반창고 사업 등의 성공적인 브랜드 확장에
힘입어 매출, 순익, 주가 모든 면에서 큰 성장을 이뤄냈다.

■ 중국 기업의 잠재력
윈난그룹은 여전히 중국 내 중의약(中??, 한약) 관련 사업의 선두를 지키고 있다. 최근 미국 시장 등 국제시장으로의 시장 확대를 목표로 움직이고 있는 윈난그룹의 사례는 우리에게 중국 기업의 잠재력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한다.

먼저, 우리는 윈난그룹이 가격경쟁 대신 전통, 중의라는 중국 국가 브랜드의 문화적, 역사적인 측면에 집중했다는 것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값싼 노동력이나 비용은 분명 큰 이점이지만 브랜드 파워의 필수요소는 품질이고, 브랜드 인식이다. 대만의 자기(瓷器) 브랜드인 프란즈(Franz)나 중국 빗 브랜드인 탄무쟝(潭木匠)이란 기업 역시 중국 전통에 충실하고 있다. 중국 전통 요소를 갖춘 시장형 기업들의 발전을 우린 가까운 미래에 목격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로, 중국 국유기업들은 정부의 정책, 방침의 지원을 받기에 중국 내수 시장에서 많은 이점을 가진다. 하지만 이것은 양날의 칼이다. 시장의 수요를 읽고, 변화에 적응해야 하는 기업들은 정부의 지시를 맹목적으로 기대고 따르게 되고, 이는 계획 경제라는 구시대적인 사고에 묶여 기업의 발전, 더 나아가 세계화를 방해한다. 윈난그룹의 개혁의 시작이 계획경제적인 기업에서 마케팅에 집중하는 기업으로의 전환인 것을 상기할 때, 중국 국유 기업은 이제 정부의 기관이란 생각을 버리고 자신의 강점과 약점을 분석해 시장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 필요하다. 최근 중국 정부 역시 이러한 추세를 읽고 국유기업을 변화시키고 있다. 은행, 신문, 미디어 기업까지 상장되고, 변화되는 시점이다. 만약 중국의 대기업들이 시장의 수요를 읽고 적응하는 마케팅 능력을 가지게 된다면 이들은 엄청난 경쟁력을 가진 기업이 될 것이 틀림없다.

손장훈 북경대 광화관리학원(=sinopedia.pku@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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