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불길한 시니리오 - 흑 31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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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본선 16강전>
○·나현 초단 ●·펑리야오 5단

제3보(31~42)=자고 나면 새 얼굴이 등장한다. 삼성화재배에서 나현 초단 등 숱한 10대 기사들이 화제를 모았는데 LG배에서도 장웨이제 5단이란 신예가 나타나 이창호 9단과 정상을 다투게 됐다. 다만 결승전이 내년 2월이라는 게 맥 풀리게 만든다. 바둑도 골프나 다른 종목처럼 단번에 끝내는 게 최선이겠지만 그렇게는 못하더라도 해를 넘기지는 말았으면 하는 생각이다.

 백△로 협공하자 펑리야오 5단은 장고 끝에 31로 뛰었는데 박영훈 9단 등 실리파들은 이 수에 당장 이의를 제기했다. 흑이 실리 위주의 포진을 편 이상 일관성 있게 ‘참고도’처럼 실리 전법을 밀고 나가야 한다는 것. 9까지 귀를 도려내면 백은 10에 지켜 흑A의 삭감을 방비하는 정도다. 그 뒤 상변 백 세력을 (흑이 좌변 절충에서 실패해 약간 재미 없는 포석이긴 해도 )삭감하는 것이 보다 간명하고 성공 확률이 높아 보인다고 말한다.

 31부터 뜀뛰기를 하며 서로 중앙으로 진출했는데 백은 그 와중에 우하 쪽 실리를 챙기고 있다. 실리파들의 눈엔 이 대목이 눈엣가시처럼 비춰졌다. 얻는 것 없이 실리를 내준다면 흑은 실리에서도 밀릴 수 있다. 그건 흑에게 매우 불길한 시나리오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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