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박찬호, 볼넷 탈출만이 승리의 지름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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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는 상황의 변화에 대한 대처가 가장 중요한 경기이다. 축구나 농구처럼 이어지는 흐름이 아닌 공 하나에 따라 상황이 급변하는 경기인 것이다. 또한 상황은 볼카운트와 아웃카운트를 주 바탕으로 한다.

애너하임과의 홈경기에 선발 등판한 박찬호의 삭발투혼은 개인의 시즌 10승과 포스트시즌을 향한 기로에 서있는 다저스의 상황에 비추어 심리적 무장에 대한 외부적 표출이었기에 보는 입장에서의 기대감은 상당했었다.

1회초 첫 상대인 얼스태드를 맞아 2개의 변화구로 볼카운트를 유리하게 이끌며 범타 처리하며 산뜻한 출발을 보일때만 해도 오늘 경기는 희망적이었다.

하지만 2번 팔메이로와의 승부에서 명암이 갈렸다. 변화구의 제구가 흔들리며 3구째의 바깥쪽 직구만 통했을 뿐, 안쪽 바깥쪽 모두 스트라이크존에서 공하나 이상 벗어나는 모습이었다. 더군다나 3번 모본 마져 볼넷으로 내보내며 위기로 몰렸고, 새몬에게 2루타를 허용하며 기선을 제압당했다.

2회 들어서도 1사후 메이져리그 첫 타석인 상대투수 애서튼을 맞아 도망가는 피칭 끝에 볼넷을 허용한 이후 연속안타로 추가 실점하며 난국에 빠지고 말았다.

박찬호에 있어 당면과제는 ‘볼넷 탈출’이다. 볼넷 허용은 여러가지 단점을 모두 포함한다. 우선 투구수가 늘어나 마운드에서 일찍 내려오게 된다. 투수로서의 수명이 단축된다는 것이다. 게다가 상대 타자들은 볼넷 허용이 많은 박의 공을 기다리게 된다. 비교적 안쪽으로 걸치는 직구를 노리게 되는 것도 치부를 드러내는 셈.

빠른 공을 주무기로 체인지업을 곁들이는 박의 패턴은 공격적으로 이어져야 한다. 하지만 변화구 중심으로 도망가다 볼넷을 허용하며 무너지는 모습이 최근 자주 목격되고 있다. 박찬호의 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박찬호가 1승을 추가하는 것은 다저스의 승리일 때만 동반되는 것이다. 팀의 타격과 수비가 어울어져야 박의 호투는 빛을 발할 수 있다. 하지만 선발인 박이 볼넷을 허용하며 혼자 경기를 그르친다면 투수로써 감당하기 힘든 부담을 갖게 된다. 물론 그 반대의 경우도 존재하지만.

박찬호는 안타와 홈런을 허용하며 성장했다. 지금 시점에서 그것을 두려워해서는 안된다. 볼넷으로 상대를 피해가는 것보단 홈런을 주더라도 자기 공에 대한 자신감을 갖고 난국을 정면돌파 하는 것만이 20승을 위한 유일한 방법이며, 승패 여부를 떠나 마운드의 박찬호를 바라보는 국내외 팬들의 기대이자 간절한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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