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과 광둥요리의 마리아주 … 홍콩이 특별한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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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와인이 홍콩에 집결했다. 지난달 27~30일 아름다운 야경을 자랑하는 홍콩의 빅토리아 하버를 배경으로 ‘제3회 홍콩 와인&다인 페스티벌(Hong Kong Wine & Dine Festival)’이 열렸다. 요리의 천국 홍콩은 최근 와인 애호가의 천국이라는 명성을 얻고 있다. 2008년 10월 홍콩이 와인 면세지역이 된 뒤로 새로운 라벨의 와인이 싼 가격에 들어오면서 홍콩 특유의 요리 문화와 어울려 새로운 문화를 형성하고 있다. 지난달 와인 축제가 한창이던 홍콩을 다녀왔다.

글·사진=신재민 기자

# 180개 와인부스, 70개 음식부스 나란히

‘에이트 에스테이트 와이너리(The 8estate Winery)’ 와인 저장고의 모습. 가운데 보이는 식탁에서는 예약을 하면 파티도 할 수 있다.

와인 축제가 열린 곳은 ‘웨스트 주룽 워터프런트 프롬나드’. 지하철 주룽역에서 도보로 10분 거리에 있다. 이 지역은 최근 몇 년간 새 호텔과 쇼핑몰이 속속 들어서고 있는 홍콩의 ‘핫 플레이스’다. 출렁이는 파도 너머로 빅토리아 하버의 스카이라인이 한눈에 들어오는 가운데, 재즈 선율이 부드럽게 흐르는 바닷가 산책로에는 180개의 와인 부스와 70개의 음식 부스가 빼곡하게 들어서 있다. 이곳에서 와인 교환권인 토큰을 사용해 보르도의 그랑 크뤼 와인부터 독특한 컨셉트의 신대륙 와인까지 테이스팅할 수 있었다. 70개의 음식 부스에서는 와인과 잘 어울리는 정통 광둥 요리와 한국의 떡볶이도 만날 수 있어 반가움을 더했다.

매혹적인 와인 바가 즐비한 소호(Soho)의 골목은 축제 기간 동안 음악과 포도주의 향기로 밤새 붐볐다. 피에르 가니에르, 조엘 로부숑 등 세계적인 스타 셰프의 레스토랑에서는 경탄할 만한 와인 리스트를 경쟁하듯이 선보이고 있었으며, 말끔히 단장한 와인 상점은 다양한 나라에서 온 와인 애호가로 북적였다. 홍콩 센트럴의 그레이엄 거리에 위치한 ‘캘리포니아 빈티지 CV’ 와인 바는 벽면을 가득 메운 와인 자판기(사진)가 이색적이었다. 충전식 카드를 이용해 원하는 와인과 양을 선택해서 직접 받아 마실 수 있었다.

# 포도밭 없지만 아시아 ‘와인 허브’ 꿈꿔

제3회 홍콩 와인&다인 페스티벌’ 행사장 전경. 와인과 음식 부스들 너머로 빅토리아 하버의 야경이 보인다.

홍콩에는 포도밭이 없다. 그러나 와이너리는 있다. 홍콩섬 남단 애버딘 인근의 옛 공장 지역에 위치한 ‘에이트 에스테이트 와이너리(The 8estate Winery)’ 와인 제조공장은 수입한 포도를 숙성시켜 와인을 제조·유통하는 홍콩 유일의 와이너리다. 홍콩에 와이너리가 있는 이유는 입지 조건 때문이다. 홍콩이 와인 면세 지역이 되면서 이제 홍콩은 아시아의 와인 허브 도시를 꿈꾼다.

 이 와이너리에서는 연간 포도 50t을 수입해 10만 병 이상의 와인을 제조한다. 미국에서 재배한 이탈리아산 포도를 들여와 오크에서 숙성시켜 와인을 생산하는데, 지난달 현재 6만 병을 소비했고 나머지 와인이 현재 숙성 중에 있다. 와이너리 최고 마케팅경영자 리산느 투사르는 “와인은 이동 중에 온도·습도의 변화와 진동 등으로 맛이 달라질 수 있어 직접 생산·숙성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홍콩의 수많은 와인 셀러 중에 ‘크라운 와인 셀러(Crown Wine Cellar)’는 명소 중의 명소다. 2차 세계대전 당시 군수품 벙커였지만 지금은 훌륭한 와인 셀러로 탈바꿈했다. 벙커 내부의 자연스러운 냉장 기능 덕분에 와인 저장에 이상적인 장소가 될 수 있었다.

 이 와인 셀러는 회원제 클럽이다. 회원이 요청한 와인 20만 상자를 적절한 온도(13도)와 습도(70%)에 보관하고 있다. 800명이 넘는 회원 중에는 한국인도 6명 포함돼 있다고 한다. 비회원도 예약을 하면 이용할 수 있다. 문의는 홍콩관광청(www.discoverhongkong.com/k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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