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G 급한 KT ‘올레! 삼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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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다음 달 8일 2G(세대) 서비스를 종료할 예정인 KT가 4G LTE(롱텀에볼루션) 경쟁에 쓸 주력 제품으로 삼성전자 ‘갤럭시 S2 HD LTE’와 ‘갤럭시 노트(사진)’ 두 가지를 선택했다. 그간 KT가 3G(세대) 서비스에서 삼성전자의 곱지 않은 눈길에도 불구하고 애플의 아이폰을 대표상품으로 내세웠던 터라 KT의 이런 ‘변심’에 안팎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KT 측 관계자는 24일 “갤럭시S2 HD LTE를 비롯한 삼성전자의 제품들이 현재 인기를 끄는 만큼 이들을 선발주자로 고른 것”이라며 “팬택의 베가LTE도 취급하지만, 아무래도 갤럭시 시리즈가 주력이 될 듯하다”고 말했다.

 KT가 LTE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삼성전자 제품을 주력으로 내세운 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통신업계는 이미 국내에서만 50만 대가량(가입자 수 기준)의 LTE 스마트폰이 판매된 것으로 본다. 이 중 30만 대가량이 갤럭시 S2 LTE 시리즈다. LG전자와 팬택 등이 뒤따르고 있다. 대만계 스마트폰 업체인 HTC의 LTE 제품은 국내에서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국내 최초로 애플의 아이폰을 도입해 삼성전자를 곤혹스럽게 했던 KT가 이번에는 삼성전자 제품을 ‘선발투수’로 세운 것을 두고 ‘영원한 친구도, 적도 없다’는 속설을 다시 한번 입증한 것이라고 본다.

 KT의 삼성전자 껴안기는 LTE 망 구축 과정에서도 드러난다. KT는 지난 7월 삼성전자를 우선 개발협력사로 선정하고 빠르게 LTE 망 확충에 나섰다. 다음 달 LTE 서비스 개통을 앞두고 이미 서울 주요 도심(5개 자치구)에 삼성전자의 통신 장비로 LTE 서비스망을 구축해 놓았다. 익명을 요구한 KT 관계자는 “특정사의 기기를 중심으로 망을 빠르게 설치하는 것 자체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도 KT의 이런 변신이 싫지만은 않다는 입장이다. 4G 설욕을 다짐하는 LG전자와 팬택 등을 상대로 LTE 스마트폰 판매 경쟁을 벌이는 입장이어서다. 한편 KT 측은 “와이브로나 WCDMA(3G) 같은 기존 네트워크 기지국의 인프라를 충분히 활용하는 방식으로 LTE 망 구축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며 “서비스 시작은 다소 늦었지만, 전국망 구축 시기는 최대한 앞당기겠다”고 말했다.

이수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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