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과후수업 싫다” 고교생 집단이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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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울산의 한 고교 1개 반 학생 전원이 방과후 수업을 거부하고 집단 하교하는 일이 벌어졌다.

 23일 울산 H정보과학고에 따르면 2학년 전기전자과 1개 반 학생 30여 명이 지난 21일 “학교에서 강제로 시키는 방과후 수업이 싫다”며 교실 문을 걸어 잠근 뒤 달아났다. 방과후수업은 희망자에 한해 별도의 수업료를 받고 시행하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이 학교는 1~2학년 20개 반 1056명 대부분의 학생들은 40시간 기준 1인당 3만원씩 내고 의무적으로 방과후 수업을 받았다. 학교 측은 “전문계 학생이 취업하려면 1~2개의 자격증이 필수적이지만 자발적으로 나서는 학생이 몇 명이나 되겠느냐”는 입장이다. 이 학교는 9~11월 수·토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오후 5시10분부터 오후 6시까지 1교시씩 전기기사 자격증 등에 대비해 방과후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학생들은 울산시교육청 홈페이지에 “학교에서 학생 개개인에게 물어보지도 않고 3만원씩 내게 한 뒤 억지로 방과후 수업을 시켰다. 다음날 아침 조회시간부터 1교시 쉬는 시간까지 반 학생 전체에게 의자를 들게 하고 입에 분필을 물리는 벌을 줬다”고 학교측을 비난했다. 학생들은 “지각하는 학생에게는 운동장을 돌게 하며 네 발로 기듯이 걷게 하고, 대나무 회초리로 얼굴, 목, 팔을 때리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울산시교육청이 진상 조사에 나서자 해당 교사는 “방과후 수업을 받지 않고 집단으로 달아나 교육벌을 줬고 그래도 떠드는 학생에게 분필을 물리게 했다. 하지만 체벌 등 나머지 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 학교의 임태원 교장은 “ 방과 후 수업 때문이 아니라 담임선생님과의 불화에서 비롯된 집단 스트라이크다. 하루 1시간에 불과한 방과 후 수업을 의무적으로 하는 게 잘못이라면 전국 어느 고교도 자유로울 수 없다”고 말했다.

이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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