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막무가내 충남도의회의 세비 인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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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충남도의회 의원들은 지난 16일 의정비를 올해 5244만원에서 내년 5424만원으로 3.4%(180만원) 올리는 조례안을 본회의에서 가결했다. 도민들이 경기불황과 실업으로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지방의원들이 의정비를 몰래 올렸다. 도민들이 낸 혈세가 혹시 낭비되는 일이 없는지를 감시하는 것이 지방의회의 역할이다. 그런 지방의회가 혈세를 몰래 챙긴 셈이다.

 이날 가결에 걸린 시간은 불과 3분6초. 45명 가운데 42명이 참석했으나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고, 질의와 토론도 생략한 채 일사천리로 통과시켰다. 조례안 통과 과정에서 “의정비 결정 시 여론조사 결과를 반영한다”고 규정한 지방자치법 시행령 34조도 무시했다. 충남도 의정비 심의위원회는 애초 도의원 의정비를 2.3%(연간 120만원) 올리기로 했다. 주민 7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했다. 응답자 94.6%가 반대했다. 여론에 따르자면 마땅히 세비 인상을 미루거나 인상률을 낮춰야 한다. 그런데 오히려 인상률을 3.4%로 올렸다.

 의결 과정의 적절성도 문제다. 이날 도의회 인터넷 사이트에 공고한 의사일정에 의정비 인상 관련 조례안 상정은 없었다. 의사 일정을 결정하는 운영위원회에서 오전에 본회의 상정을 만장일치로 의결해 오후에 처리했다. 시종일관 법과 절차, 그리고 자신들을 뽑아준 주민을 무시한 처사로 일관했다.

 주민의 뜻을 존중해 의정비를 몇 년째 올리지 않는 곳도 적지 않다. 경기도·부산시·인천시·대전시·전남도·전북도 등은 벌써 4~5년째 동결하고 있다. 전남도의회는 연 4748만원으로 전국에서 가장 낮은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내년도에도 동결하기로 했다. 하지만 아직 강원도의회를 비롯한 67곳이 의정비 인상을 추진 중이라고 한다. 충남도의회의 막무가내 세비 인상이 자칫 다른 지방의회들에 오판의 빌미를 줘 도미노 현상으로 이어질까 우려된다. 행정안전부는 충남도의회의 위법·탈법을 조사해 재의결을 요구해야 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지금이라도 충남도의회 스스로 의정비 인상을 철회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