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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최대 병원선 미국 ‘컴포트함’ 타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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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볼티모어항에 정박해 있는 컴포트함의 전경. [볼티모어=박승희 특파원]

세계 최대의 병원선인 미국 ‘컴포트(T-AH-20 Comfort)함’의 규모는 상상을 초월했다. 배 안의 브리핑룸까지 가는 데도 엘리베이터를 타야 했다. 안내한 미 해군 병사는 건물 10층 높이라고 했다.

 17일 오후(현지시간) 메릴랜드주 볼티모어항에 정박하고 있는 컴포트함을 찾았다. 병원선엔 12개의 수술실과 80개의 중환자실, 1000개 규모의 병실이 곳곳에 자리 잡고 있었다. 물리치료실·화상치료실·검안시설·첨단 CT촬영시설 등도 갖췄다. 말 그대로 ‘바다 위에 떠 있는 종합병원’이었다. 미 국무부로부터 출동 명령이 내려질 경우 의료장비와 인력을 소집해 5일 안에 출발한다. 선내에는 5000명(냉동용 3000개 포함)분의 혈액탱크가 실려 있다. 맨 꼭대기 함상에는 대형 헬기 착륙시설이 갖춰져 있었다. 헬기로 이송해온 응급환자를 수술실까지 30초 안에 옮기기 위해 배 안에는 일반 엘리베이터 1대와 환자용 대형 엘리베이터 9대가 설치돼 있다.

 미 해상군사소송사령부(MSC) 소속의 컴포트함은 올해로 25년째 구명 활동을 하고 있다. 원래는 ‘수퍼 탱크’란 이름의 유조선으로 건조됐다가 병원선으로 개조돼 1987년 12월 1일 미 해군에 인도됐다. 94년 쿠바·아이티 난민 차단 작전 등에 동원된 컴포트함은 2005년 8월 태풍 카트리나가 미 남부를 덮쳤을 때도 긴급 출동했다. 지난해 아이티 대지진이 발생하자 의료진 550여 명을 태우고 출동해 현지에서 민간인 구호활동을 해 유명해졌다.

 병원장인 데이비드 위스 대령은 “민간인 의료진이 전체 승선 인원 중 15%”라며 “캐나다·브라질 등 11개 국가의 의료 인력·장비, 비정부기구(NGO) 등이 참여한 민·군 함정”이라고 설명했다. 간호 경력 24년째라는 부원장 캐티 베커 중령은 “아이티 대지진 때 포르토프랭스에 도착한 지 몇 시간 만에 뇌출혈을 당한 남성과 골반이 부러진 6세 남자 아이를 치료한 게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컴포트의 함장은 민간인 출신 랜들 록우드다. 비전투용 함정이기 때문이다. 해적이나 적의 공격에 대비한 자위 시설을 갖추고 있느냐는 질문에 위스 대령은 “개인 화기를 보유한 10여 명의 병사가 전부”라며 “선체 곳곳에 적십자 표시를 하고 있어 외부로부터 공격받는 일은 없다”고 말했다. 제네바 조약에 따라 인도적 활동을 펴는 병원선을 공격하는 것은 전쟁범죄로 규정돼 있다. 그래선지 ‘위력적인’ 무기는 50구경(caliber 50) 기관총이 전부다.

 미 해군은 컴포트함과 함께 머시(T-AH-19 Mercy)함 등 두 척의 대형 병원선을 보유하고 있다. 컴포트와 머시는 배의 제원이 똑같은 쌍둥이다. 다만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가 정박지인 머시는 미국 서부와 태평양 지역을, 컴포트는 미 동부와 대서양 지역으로 활동 구역을 나눈다. 인도네시아 쓰나미 때는 머시가 출동했다. 컴포트를 돌아본 뒤 맨 먼저 든 생각은 ‘석해균 선장’이었다. 우리에게 이런 병원선만 있었어도….

볼티모어=박승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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