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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열린 광장

‘알짜 고속철’ 노리는 민영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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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허준영
한국철도공사 사장

철도운영 부문에 경쟁체제를 도입해 일부를 민간에 맡겨야 한다는 주장이 일고 있다. 공기업 독점에 따른 비효율을 줄여야 한다는 것으로 일견 타당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철도는 막대한 자본과 노동력이 필요한 네트워크 산업이어서 사업자가 여럿이면 오히려 중복 투자 등 비효율을 불러올 수 있다.

 특히 최근 경쟁 도입을 주장하는 민간 쪽에서 눈독을 들이는 대상은 고속철도뿐이다. 현재 고속철도는 철도공사가 운영하는 열차 중 유일하게 이익을 내고 있다. 이는 벽지 노선 등 수익성이 낮은 부분에 지원되고 있다. 고속철도에서 나온 이익이 다시 이용객에게 돌아가는 구조다. 그런데 수익성이 낮은 부분은 공공부문에 남기고 수익이 나는 상품만 민영화해 운영하겠다는 것은 국가가 조성해 놓은 ‘기름진 인프라 위에 슬그머니 무임승차’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그동안 철도 적자는 비수익 벽지 노선 운영과 과거 철도 투자 부진에 따른 경쟁력 약화가 주요 원인이다. 민영화한다고 이를 일거에 해소할 수는 없다. 만일 민영화한다면 민간기업과 ‘공정한 게임의 룰’ 아래에서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현재 경쟁 도입을 주장하는 이들이 제시하는 철도 운영 방식은 민간에 유리한 기준을 다수 적용하고 있다. 특히 막대한 고정비가 투입된 역과 차량기지를 저가의 사용료만 내고 이용하겠다고도 한다. 이 같은 불공정한 조건에서 경쟁한다면 철도산업은 ‘공기업의 희생을 바탕으로 민간기업이 이익을 축적하는’ 구조가 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과연 어떤 방식이 철도산업 발전과 국민 편익 향상에 기여할 수 있는지 꼼꼼하게 따져 봐야 할 시점이다.

허준영 한국철도공사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