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T-2000공청회]업체들 기술표준 놓고 불꽃 설전

중앙일보

입력

차세대 이동통신(IMT-2000)사업자 선정 정책방안에 대한 각계의 의견수렴을 위해 6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공청회에서 한국통신과 LG, SK텔레콤간 기술표준 문제를 놓고 불꽃튀는 설전이 벌어졌다.

한국통신과 LG측은 마치 입을 맞추기라도 한 듯 2세대 이동전화시장에서 지배적 사업자가 3세대 이동통신 IMT-2000에서는 동기방식을 채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SK텔레콤측을 겨냥, 공동전선을 펼쳤다.

이에 대해 SK텔레콤도 경쟁사업자들이 현재의 이통시장에서의 열세를 만회하기 위한 속셈에서 SK텔레콤에 대해 동기식 채택을 요구하면서 자신들은 경쟁의 새로운 판을 짜기 위해 비동기식을 원하고 있다고 보고 비동기식 선호를 주장하고 나섰다.

결국 3개 사업자 모두 비동기식을 희망하는 꼴이 돼 국가 산업적 측면에서 우리나라가 경쟁력을 갖고 있는 동기식을 포기할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는 정통부가 앞으로 IMT-2000의 기술표준 문제를 놓고 물밑 교통정리를 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신경전이 전개될 것임을 예상케 했다.

이날 공청회에서 한국통신의 남중수 IMT-2000사업추진본부장은 "한통은 기술표준으로 비동기식을 선호하고 있다"고 전제한 뒤 "정부가 이동통신 사업정책적 필요에 의해 동기식 기술의 내수기반 유지가 필요하다면 국내 최고의 CDMA(코드분할다중접속)사업자가 동기식을 포기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말해 비동기식을 표방하고 있는 SK텔레콤을 겨냥했다.

한통의 이같은 입장은 정부가 IMT-2000과 관련 복수표준에 의한 업계자율선택이라는 방안을 내놓으면서 "업계가 비동기로 단일화되지 않을 것"이라고 부연하고 있는데 따라 `한통=동기식''이라는 여론이 대세로 굳어지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방어 목적과 함께 SK텔레콤으로 동기식을 떠넘기기 위한 전략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남 본부장은 특히 "그동안 타사에 관해 언급을 자제해왔지만 이제는 입장을 분명이 밝히겠다"면서 이같이 언급, 한통이 단순히 정부가 대주주인 공기업이라는 이유만으로 동기식을 채택해야 한다는 외압에 저항하기 위해 준비된 발언으로 분석된다.

LG의 IMT-2000사업추진단의 이정식 상무도 "동기, 비동기식 모두가 사용되어야 한다면 중복.과잉투자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기존시설을 정비,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 따라서 기존시설에 가장 많이 투자한 업체가 동기식을 채택해야 한다"고 말해 역시 SK텔레콤을 겨냥했다.

마치 공조를 이룬 듯한 한통과 SK텔레콤의 공세에 대해 SK텔레콤의 조민래상무는 "그동안 IMT-2000의 특허기술보유업체들과의 로열티 협상문제 때문에 단일표준을 주장해왔다"면서 "복수표준에 따른 사업자 자율선택 방향으로 확정됐다면 글로벌 로밍의 장점을 갖고 있는 비동기식을 채택할 것"이라며 비동기식 채택입장을 분명히 했다.

한편 한통, LG, SK텔레콤 등 통신서비스업체들이 자신들이 선호하는 비동기식채택을 위해 공방전을 벌인데 반해 LG정보통신을 제외한 현대전자, 삼성전자, 맥슨전자 등 통신장비업체들은 동기방식이 국내 통신산업측면에서 유리하다고 주장, 뚜렷한 입장차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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