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반도체업체, 설비투자 팔걷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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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5대 반도체 업체들이 올해 반도체 설비 투자에 사상 최고액인 9천억엔을 투입할 계획이다. 휴대전화와 디지털 카메라 등 디지털 제품이 예상했던 이상으로 급속히 보급되면서 플래시 메모리 등 반도체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6일 "지난 4월말에는 5대 반도체 업체의 올해 총 설비투자계획이 7천9백40억엔이었으나 현재는 13.9% 늘어난 9천40억엔으로 불어났다" 며 "지금까지 가장 많았던 1995년의 8천8백70억엔을 뛰어넘는 사상 최대 규모" 라고 보도했다.

미쓰비시 전기는 지난 4월말보다 5백억엔 늘어난 1천5백억엔으로, 후지쓰는 4백억엔 늘어난 2천억엔으로, NEC는 2백억엔 증가한 2천2백억엔으로 각각 증액했다. 도시바(1천3백억엔)와 히다찌(2천40억엔)는 아직 투자금액을 상향조정하지 않았다.

이 신문은 "일본 반도체 업체들은 그동안 공장폐쇄등 구조조정에 주력하면서 투자를 억제해왔으나 올들어 정보통신분야의 투자가 활발해지고, 반도체 이용 제품이 빠르게 보급되면서 반도체 부족 현상이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자 투자확대 전략으로 선회했다" 고 설명했다.

미쓰비시 전기는 이에 따라 주력인 에히메현 사이조 공장에 0.18마이크로미터 굵기의 첨단미세 가공라인을 신설, 내년 봄까지 월 1만5천대의 디지털 제품용 플래시메모리.S램 등을 생산할 계획이다.

NEC는 무선전화기 등에서 무선신호를 처리하는 범용 반도체와 디지털 가전제품을 겨냥한 반도체 생산을 늘리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반도체 투자는 시황이나 수급관계를 주의깊게 지켜보면서 계획을 변경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불과 3개월 밖에 지나지 않아 업체들이 잇달아 계획을 수정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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