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물가고, IT덕에 꺾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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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적인 일본의 고물가가 정보기술(IT)의 거센 물결 앞에 서서히 무너지고 있다. 대량감원으로 사상 최고수준으로 높아진 일본의 실업률도 IT붐 덕택에 조금씩 호전되고 있다. IT가 미국처럼 경제를 주도하지는 못하지만 경직된 경제구조를 변화시키는 촉매 역할은 하고 있는 셈이다.

◇ 물가 하락〓경제기획청이 3일 내놓은 ''물가리포트2000'' 에 따르면 1999년의 일본 소비자 물가는 전년에 비해 0.5% 하락했다. 일본에서 물가가 하락하기는 95년(0.1%)에 이어 이번이 두번째다.

물가 하락에는 엔고 등 외부요인도 있지만 IT의 보급에 따른 유통구조의 변화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됐다. 유통업자들은 지난해부터 생산성 향상을 위해 판매시점관리(POS).재고관리.전자정보교환 시스템 등을 잇따라 도입했는데 이것이 원가절감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인터넷의 보급에 따른 사이버 쇼핑몰의 등장도 ''품질을 희생하지 않은 가격파괴'' 를 가능케 했다고 기획청은 설명했다. 예컨대 일본 최대의 사이버 쇼핑몰인 라쿠텐(樂天)이나 경매사이트인 DeNA 등에서 형성된 가격이 시중 가격을 전반적으로 끌어내리고 있다는 얘기다.

아직 사이버 쇼핑몰의 비중이 가계지출의 0.1%에 불과하지만 2004년에는 2%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돼 앞으로 물가하락의 촉매 역할을 톡톡히 할 전망이다. 그러나 IT가 물가를 얼마나 끌어내리는가를 숫자로 제시하기는 어렵다고 기획청은 덧붙였다.

◇ 실업 해소〓지난 5월 일본의 실업률은 4.6%로 전달에 비해 0.2%포인트 하락, 두달 연속 개선됐다. 실업자 수는 3백28만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6만명이 감소했다. 실업자의 절대수가 줄어든 것은 3년 1개월만이다.

일본 총무청은 실업률이 호전된 것은 주로 IT업종에서 신규취업이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올해초만 해도 총무청은 4~5월께 정년퇴직자와 대졸자들이 쏟아져 나오면 실업률이 5%를 넘을 가능성이 있다고 예고했으나 실제로는 정반대의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특히 인터넷 쇼핑 보급률이 10%를 웃돌면서 운수.택배업에서 일자리가 급증한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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