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네 꺼도 내 꺼’는 될 수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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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동전 앞면이 나오면 내 것, 뒷면이 나오면 네 것이라는 내기가 통하지 않는 이가 있다. 바로 놀부다. 놀부는 “동전을 던져 땅에 쓰러져 누우면 내 꺼, 똑바로 서면 네 꺼”란 생각을 가진 사람이다.

 이런 놀부의 심보를 가리켜 흔히 “네 꺼도 내 꺼, 내 꺼도 내 꺼”라는 말로 표현한다. 하지만 이렇게 쓰는 건 맞춤법에 어긋난다. “네 거도 내 거, 내 거도 내 거”로 바루어야 한다.

 ‘거’는 ‘것’을 구어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발음에 이끌려 ‘거’를 ‘꺼’로 잘못 표기하기 쉽지만 ‘꺼’란 단어는 우리말에 없다. “네 꺼 내 꺼 너무 따지지 말자” “내 꺼 중에 최고”와 같이 사용해선 안 된다. ‘꺼’를 모두 ‘거’로 고쳐야 맞다.

 “내거란 말이야, 내거!”처럼 ‘거’를 습관적으로 앞의 단어와 붙여 쓰는 사람도 많지만 의존명사는 띄어 쓰는 게 원칙이다. ‘내 거란’ ‘내 거’라고 해야 바르다.

 ‘꺼야’도 마찬가지다. “당신은 모르실꺼야” “다 줄꺼야” “올가을엔 사랑할꺼야” “그리움 때문일꺼야”처럼 표기하는 건 잘못이다. ‘것’의 입말인 ‘거’에 어미 ‘야’가 붙은 형태이므로 ‘거야’로 사용해야 한다. ‘거’가 의존명사이므로 ‘모르실 거야’ ‘줄 거야’ ‘사랑할 거야’ ‘때문일 거야’와 같이 앞말과는 띄우는 게 맞다.

 ‘꺼예요’의 ‘꺼’도 된소리가 아닌 예사소리로 적어야 한다. “그댄 정말 모를 꺼예요” “나는 행복에 묻힐 꺼예요” “이젠 바다로 떠날 꺼예요”와 같이 사용해서는 안 된다. 전부 ‘거예요’로 바로잡아야 한다. ‘거예요’는 ‘것이에요’의 준말로, ‘거’는 ‘것’을 구어체에서 쓰는 말이고 ‘예요’는 ‘이에요’가 줄어든 것이다.

이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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