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월드]명의 뺨칠 컴퓨터의사 나옵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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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 시대로 접어들면서 고령자에 대한 의료문제가 사회적 관심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이들을 돌볼 사람의 수가 갈수록 줄고 있는 게 문제다.

하지만 정보기술(IT)은 이 문제를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의료진의 전문성과 축적된 경험을 ''텔레포트(teleport)'' 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앞으로는 일정 수준 이상의 환자라면 자신이 직접 의료나 간호에 나설 수도 있게 될 것이다.

명확하게 진단하기 어렵다면 마땅히 해당 분야의 권위자에게 조언을 구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것도 앞으로는 그 사람의 컴퓨터 망에 접속해 간단히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환자가 먼곳에 있는 전문 컨설턴트에게 화상이나 인터넷 등을 통해 소견을 구하면 이를 받아 본 컨설턴트가 진단 및 치료 자문에 응하는 식이다.

한발 더 나아가 전세계의 데이터베이스를 검색해 자신의 증세와 일치하는 병의 종류와 치료법 등을 찾아내는 소프트웨어를 가동시킬 수도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원격지에서는 좀처럼 하기 힘든 진료도 있다. 청진기를 사용하거나 피부를 만지면서 해야 하는 직접 진찰이 그것이다.

그러나 이 또한 2015년까지는 인간의 피부와 똑같은 감촉과 감각을 갖춘 인공피부의 실용화를 통해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각국의 일부 대형 종합병원에 의해서만 구축돼온 의료 네트워크가 전세계 단위로 확산되고 소규모 병원에도 그 네트워크가 이어지는, 말 그대로 ''글로벌 의료망'' 이 형성될 것이다.

하지만 최대 과제는 종이 형태로 기록돼 있는 환자의 개인정보.병력.처치 내역 등의 방대한 정보를 어떻게 하면 컴퓨터가 인식할 수 있도록 전환시키느냐다.

이 문제만 해결할 수 있다면 특정 질병이 어디서 많이 발생하며, 어떤 잘못된 진료가 이뤄지고 있는가, 나아가 질병간의 상관관계라든가 새로운 질병으로는 어떤 것이 있는가 등의 중요한 의료정보를 리얼타임으로 얻을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러다가 의사가 필요없게 되는 것은 아니냐는 우려도 있지만 내 생각에는 환자는 의사보다 오히려 컴퓨터에 자신의 증상을 더욱 부담없이 얘기할 수 있다고 본다.

나아가 종전보다 복잡하고 다양한 검사 방법을 사용하게 될 경우 아무래도 취급되는 정보의 양이 늘어나는 만큼 기계가 인간보다 우수한 치료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

브리티시 텔레콤 테크놀러지스트 피터 코크란
일본 주간다이아몬드지 정리〓김현기 기자 luc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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