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박찬호, 두 얼굴의 사나이

중앙일보

입력

‘코리아특급’ 박찬호(LA 다저스)가 연속 2경기에서 부진해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가장 두드러진 문제점은 종잡을 수 없는 ‘야누스’피칭이다. 기록에서도 박의 문제점은 잘 나타난다.

9승 4패로 내셔널리그 다승 공동 3위(이하 28일 현재)인 박은 피안타율 2할1푼6리로 랜디 잔슨(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1할9푼3리)과 케빈 브라운(LA 다저스·2할1푼6리)에 이어 3위에 올라 구두쇠 투수로서의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삼진도 93개로 9위로 수준급이고 퀄리티 피칭(6이닝 이상을 던져 3실점 이하로 막은 경기)도 10회로 상위권이다.

그러나 반대편을 들여다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볼넷이 66개로 1위에 폭투 7개로 공동 4위, 피홈런 14개로 공동 24위에 올라 있다.

특히 최근 박찬호에게 문제가 되는 점은 투구수다. 박은 17경기 108이닝에서 1,787개의 공을 던져 이닝당 투구수 16.6개로 15위다. 그만큼 효과적으로 상대타자를 요리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랜디 존슨과 케빈 브라운은 각각 14.6개와 14.8개. 특히 그렉 매덕스(애틀랜타 브레이브스)는 13.4개로 가장 적은 투구로 한이닝을 마친다.

한이닝 3개차는 6이닝으로만 따져도 18개가 된다. 18개면 때로는 2이닝을 더 버틸 수 있는 투구수. 승부가 팽팽하게 전개될 무렵 에너지를 소비해 승리의 기회를 놓치는 것이다.

23일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전에서 박은 6회 91개를 던지고 강판당했다. 다저스는 8회초에 경기를 뒤집어 1이닝만 더 버텼어도 박은 승리투수의 자격을 갖추고 마운드를 내려올 수 있었다.

28일 경기에선 이미 6회에 한계점인 100개를 넘어섰고 결국 동점을 허용했다.

본인도 이같은 사실을 인식, 유인구보다는 빠른 정면승부로 투구수 줄이기에 나섰으나 기본 제구력이 뒷받침 되지 않는한 근본적인 처방은 되지 못했다.

20승 투수로 발돋움하려는 박이 어떻게 문제점을 해결할지 7월 4일 샌디에고 파드레스전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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