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신시내티 레즈, 한없는 부진

중앙일보

입력

2000 시즌이 시작하기 전 메이저리그 팬들과 전문가들의 관심사는 그리피의 트레이드가 불확실했던 내셔널리그 중부지구보다는 각 팀간의 전력 편차가 가장 적은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로 쏠렸다.

전통의 라이벌 뉴욕 양키스와 보스턴의 지구 선두다툼도 볼만했고 강력한 장타력으로 무장한 템파베이의 돌풍 여부와 마이크 하그로브를 영입한 볼티모어의 부활도 많은 팬들의 흥미를 끌기에는 충분한 요소들이었다.

그러나 캔 그리피의 트레이드가 급물살을 타면서 신시내티행이 확정되자 모든 것은 일순간에 변해 버렸다.

팬들은 캔 그리피, 새미 소사, 마크 맥과이어가 벌이는 불꽃튀는 홈런 경쟁을 기대할 수 있었고 지구 우승팀을 예상하는 것도 쉽지 않는 만큼 전력 편차도 줄어들어 팬들의 흥미를 높일 수 있었다.

99시즌 예상치 못했던 돌풍을 일으킨 신시내티는 기존 전력에서 마이크 카메론과 브렛 톰코를 내주는 최소한의 손실로 그리피를 데려오는 데 성공했고 A급 선발 투수들인 팻 행트겐, 앤디 베네스, 데릴 카일이 가세한 세인트루이스는 기존의 막강한 타력과 함께 투타에서 안정된 전력을 유지했고 3년 연속 지구 우승을 차지한 휴스턴 역시 비록 에이스 마이크 햄프턴을 잃었지만 강팀으로의 면모를 지니고 있었다.

여기에 유망한 젊은 투수들로 무장한 피츠버그 역시 만만치 않는 전력을 보이고 있어 내셔널리그 중부지구는 단숨에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를 제치고 최대의 격전지로 떠 올랐다.

이처럼 각 팀마다 전력 보강에 충실했지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신시내티에 잠재되어 있는 불안 요소를 지적하면서도 신시내티의 지구 우승에 가장 많은 점수를 주었다.

99시즌 돌풍의 효과와 그리피가 가세한 시너지 효과, 여기에 탄탄한 불펜진과 감독의 용병술까지 이러한 요소는 신시내티를 월드시리즈 우승 후보로까지 격상시키고 있었다.

드디어 2000 시즌은 시작되었고 시즌 초반 휴스턴이 예상치 못한 추락을 거듭하면서 꼴지로 떨어졌고 신시내티 역시 안정된 전력을 보여주지는 못했지만 다행히 지구 선두권은 유지해 나가고 있었다.

그러나 6월에 들어서면서 신시내티는 전력의 불안감을 노출시키며 연패에 연패를 당하며 25일 현재 5할 승률에도 못미치는 35승 37패로 지구 선두 세인트루이스에 7.5게임 뒤진 체 2위를 달리고 있다.

월드시리즈 우승 후보로까지 거론 되었던 신시내티가 이처럼 부진한 성적을 거두는 이유는 잠재되어 있던 불안한 요인들이 한꺼번에 터져나왔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시즌 전 전문가들이 신시내티의 가장 큰 취약점으로 지적했던 부분이 선발 투수진이였다.

브렛 톰코의 트레이드로 신시내티는 피트 하니쉬, 데니 니글, 스티브 패리스를 축으로 론 빌론과 롭 벨로 로테이션을 운영해야 했고 확실한 에이스의 부재 등 양과 질적으로 모든 면에서 라이벌 팀에 비해 한 수 아래의 전력이었다.

더구나 하니쉬는 어깨 수술을 받아야 하는 권고를 뿌리치고 투구에 임했고 니글은 부상 후유증으로 인한 부담감 그리고 패리스와 신인인 롭 벨이 꾸준히 로테이션을 지켜줄 수 있을지도 의문점으로 남았다.

막상 뚜껑이 열리자 이러한 우려는 현실로 작용했다.

작년시즌 16승을 거두며 에이스 역할을 해 주었던 피트 하니쉬가 작년 투구에 대한 후유증으로 제 컨디션을 찾지 못한 점이 치명타로 작용했고 스티브 패리스 역시 10패로 팀내 최다 패전을 기록하며 부진하고 초반에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던 데니 니글도 최근에 승수를 추가하지 못하고 있다.

팀내 최다승을 마무리 투수인 데니 그레이브스가 올리고 있으며 에이스 하니쉬는 최근 부상자 명단에 올라가 있고 니글을 제외하고는 모두 방어율이 5점대로 승수에서 뿐만이 아니라 투구 내용에서도 좋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확실한 에이스의 부재 역시 팀의 아킬레스 건으로 나타나고 있다.
5월까지 그럭저럭 버텨왔던 투수진은 6월 들어 5연패와 6연패를 당하며 선두와의 격차가 더욱 벌어졌는데 연패를 끊어줄 확실한 에이스가 있었다면 팀성적이 이처럼 부진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론 빌론이 7승으로 그나마 체면을 세워 주고 데니 니글이 3점대 방어율을 유지하고 있으나 선발진의 불안한 전력은 장기 레이스에서 많은 어려움이 예상하게 한다.

두번째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 불펜진의 부담감이다.

작년 시즌 좋은 모습을 보여주며 신시내티 돌풍을 주도했던 불펜진은 무리한 투구 이닝을 소화해 내며 올 시즌에는 작년과 같은 위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취약한 선발진으로 인해 올해도 불펜진이 조기에 투입되는 경우가 많아 앞으로의 레이스에도 많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데니 그레이브스가 9승 10세이브와 1.86의 방여율로 맹활약하고 있으나 이미 48이닝을 넘게 소화해 내고 있고 스캇 윌리암스와 스캇 설리반도 작년만큼 위력적인 투구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으며 좌완 셋업맨으로 작년 맹활약 했던 데니스 레이예스는 5점대의 높은 방어율로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세번째로 타선의 부조화를 들 수 있다.

신시내티 타선은 현재 2할 6푼 7리의 팀타율과 356타점을 기록하며 리그 10워, 93개의 홈런으로 리그 8위에 랭크되어 있다.

캔 그리피가 22개의 홈런을 터트리며 팀타선을 리드하고 있고 배리 라킨이 부상으로 몇경기 결장하기는 했지만 3할 2푼 3리의 고타율을 유지하고 있으며 포키 리즈가 18개의 도루와 47득점으로 팀내 1위를 달리며 1번 타자 몫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이렇듯 외형상으로 나타난 성적을 살펴보면 몇몇 선수들의 활약이 돋보이기는 하지만 전체적인 타선의 불균형으로 인해 기대만큼의 성적을 올리지 못한 채 중하위권으로 쳐져 있음을 알 수 있다.

신시내티는 그리피의 가세로 신시내티는 배리 라킨, 단테 비세트, 숀 케이시, 드미트리 영으로 이어지는 막강한 타선으로 무장, 짜임새 있는 타선을 구축할 것으로 기대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기대는 숀 케이시가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하면서 시즌 개막과 함께 삐꺽거리기 시작했다.

여기에 그렉 본의 빈자리를 메꾸어 줄 것으로 기대했던 단테 비세트는 쿠어스 필드를 벗어나자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고 부상 이후 팀에 합류한 숀 케이시도 제 컨디션을 못찾고 부진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

이 두선수의 부진으로 캔 그리피는 상대투수로부터 집중 견제를 받게 되어 중심타선의 부조화를 가지고 오고 있다.

여기에 시즌 초반 맹활약했던 포키 리즈가 시즌이 진행되면서 페이스가 쳐지고 있는 것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이처럼 잠재된 요소들이 한꺼번에 터져 투타의 불안정을 이루고 있는 신시내티로서는 앞으로의 레이스에서도 상당한 부담을 안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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