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마운드 '무명들의 반란'

중앙일보

입력

프로야구 마운드에 '무명들의 반란'이 거세다.

선발진이 무너졌는데도 파죽의 연승 가도를 달리고 있는 두산에는 무명 한태균이 버팀목 역할을 해내고 있고 승률 1위팀 현대의 호성적에는 역시 이름없던 신철인의 몫이 크다.

LG의 이승호도 엉망이 된 투수진에서 `소금'같은 존재로 부상, 팀의 리그 선두를 이끌고 있다.

시즌 초반에만 해도 누구도 거들떠 보지 않던 한태균과 신철인, 이승호는 페넌트레이스 중반에 접어들면서 혜성처럼 등장, 팀의 대들보로 자리 잡았다.

무려 6년간을 '별 볼일없는 투수'로 지내온 한태균의 등장은 한편의 드라마처럼 극적이다.

데뷔 이래 6시즌 동안 6승4패1세이브라는 초라한 성적을 남겼던 한태균은 올해도 4월 한달동안 3경기에 출장, 2이닝 5실점으로 방어율 18.00의 형편없는 성적으로 시즌을 시작했다.

그러나 5월 들어 한태균의 화려한 비상이 시작됐다.

주로 패전 처리나 큰 점수차로 이기고 있을 때 등판해 승리나 세이브는 따내지 못했지만 11경기에 등판, 14⅓이닝동안 단 한점도 내주지 않는 무실점 행진을 이어간 것.

특히 첫 선발로 나선 5월24일에는 한국 최고의 투수 정민태(현대)를 상대로 팽팽한 맞대결을 펼친끝에 승리, 코칭스태프의 신임을 듬뿍 얻었다.

이달들어 한태균은 5차례 선발로 등판해 3승1패(방어율 3.99)의 뛰어난 성적으로 에이스 파머에 못지 않은 활약을 해 사실상 선발 마운드의 핵으로 자리를 굳혔다.

현대 신인 신철인의 부상도 한태균 못지 않게 극적이다.

정민태-김수경-임선동-박장희로 이어지는 8개 구단 최강 선발 마운드에 마일영, 전준호, 김민범, 조웅천, 최영필, 김홍집 등 쟁쟁한 불펜투수진 틈새에서 존재조차 희미하던 신철인은 일약 제5선발투수로 낙점받았다.

이달들어 12경기에서 18⅓이닝동안 5점만 내주는 '왕소금' 투구로 방어율 2.41의 놀라운 성적을 거둔 신철인은 막강 현대 마운드의 '신데렐라'를 예고했다.

지난해 데뷔 첫해 2패(방어율 10.13)로 프로의 높은 벽을 실감한 2년차 이승호도 '미운 오리새끼'에서 '백조'로 변신한 케이스.

시즌 초반부터 불펜투수로 기용돼 무실점 행진을 벌이던 이승호는 지난달 24일 완봉승을 일궈내며 중용되기 시작해 LG의 마무리 투수로 정착했다.

이들 가운데 어떤 선수가 시즌 종반까지 활약을 계속해 '반짝 스타'의 한계를 뛰어넘어 '인간승리'를 이끌어낼 지는 프로야구에 또 하나의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서울=연합뉴스) 권 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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