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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추억] 스칼라피노 UC버클리 교수 별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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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한국공산주의운동사(Communism in Korea)』로 유명한 미국의 정치학자 로버트 스칼라피노(Robert Scalapino·사진) UC버클리대 명예교수가 2일 노환으로 타계했다. 92세.

 20세기 가장 저명한 한국과 아시아 전문가로 손꼽혀온 그는 지난해 회고록 『신(新)동방견문록』(중앙북스)을 펴내며 방한해 강연을 했고, 다음달엔 중국 베이징대 특강을 예정해 놓는 등 최근까지 활발히 활동해 왔다.

 1919년 미 캔자스주에서 출생, 48년 하버드대 박사학위를 받은 직후인 49년부터 90년까지 UC버클리대 정치학과 교수를 지냈다. 78년 UC버클리대 부설 동아시아연구소를 설립해 퇴임 때까지 소장을 역임했다. 장례식도 UC버클리대학장을 추진 중이다.

 그는 생전에 “2차대전 발발 이후부터 아시아는 내 인생”이라고 회고하곤 했다. 한국과 인연이 각별하다. 59년 미 상원에 제출한 ‘콘론 보고서’에서 남한에 군사쿠데타 발생을 예측했고, 80년대엔 한국 정부에 평화적 정권교체를 권고했으며, 90년대엔 러시아·중국을 향한 북방정책을 조언한 바 있다. 89년부터 6차례 북한을 방문하기도 했다.

 일본과 중국에 대한 관심으로 아시아 역사를 되돌아보기 시작한 그가 한국 연구를 본격 착수하게 된 것은 대학원 제자였던 이정식 미 펜실베이니아대 명예교수(경희대 석좌교수, 『한국공산주의운동사』 공저자)의 권유가 주요한 계기였다. 이정식 교수를 비롯해 고려대 명예교수인 한승주 전 외무장관, 회고록을 번역한 최규선 유아이에너지 대표 등이 그의 한국인 제자다.

배영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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