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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선박·부동산 투자 … 실물펀드 실속 있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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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글로벌 금융시장이 혼돈에 빠지면서 국내외를 불문하고 주식형 펀드 수익률이 곡예하듯 출렁이고 있다. 증시가 오르내릴 때마다 펀드 수익률도 덩달아 급변하기 때문이다.

 수익률 급락으로 ‘반 토막 펀드’가 속출하면서 최근 유전·선박·부동산 등 실물자산에 투자해 안정적 수익을 주는 실물펀드가 주목받고 있다. 실물펀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한때 ‘찬밥 신세’였다. 하지만 시장의 변동성이 커지자 대안투자 매력이 다시 부각됐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의 ‘한국베트남15-1유전해외자원’ 펀드는 연초 이후 수익률이 72.9%에 달한다. 베트남 유전개발 기업에 투자하는 이 펀드는 파생상품 거래로 유가와 환율 변동 위험을 회피(헤지)해 큰 변화 없이 꾸준한 수익을 낸다는 게 가장 큰 특징이다. 또 국내가 아닌 해외에 직접 투자함에 따라 생길 수 있는 비상위험(강제수용·전쟁 등)을 제거하기 위해 해외자원개발보험에도 가입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각종 헤지를 통해 수익을 조금 줄이는 대신 안정성을 높였다”며 “금융당국의 승인을 얻어 ‘유전펀드 2호’를 곧 출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부동산에 투자하는 펀드 중에서는 매달 확실한 수익을 얻는 펀드가 관심을 끈다. 건물을 신축한 뒤 분양하는 펀드는 부동산 경기에 크게 영향을 받아 오히려 손해를 볼 가능성도 크다. 하지만 대학교 기숙사 등에 투자하는 펀드는 경기와 상관없이 안정적 수익을 낼 수 있다. 투자자 자금을 모아 건물을 지은 뒤 일정 기간 운영해 수익을 내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산은자산운용의 ‘산은건대사랑특별자산 2’(6.83%)와 동양자산운용의 ‘동양강남대기숙사특별자산 1’(6.19%) 등은 연초 이후 수익률이 6%를 넘는다. 지난해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으며 고전을 면치 못했던 KTB자산운용의 ‘미래터전KTB부동산 2’(9.69%) 등은 올해 분양 사정이 좋아지며 수익률이 높아졌다.

 선박에 투자하는 하이자산운용의 ‘하이골드오션선박특별자산투자신탁 1’도 꼬박꼬박 수익을 낼 수 있는 상품이다. 이 펀드는 선박을 사들여 임대한 뒤 6개월마다 배당금을 투자자에게 현금으로 지급한다. 또 5년이 지나 만기가 되면 그 선박을 매각해 얻은 차익을 투자자에게 돌려준다. 연 7.88% 정도의 수익률이다. 문제는 선박을 파는 시점에 선박 가격이 떨어져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꾸준하게 배당을 줄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며 “하지만 배당금을 얻는 대신 원금을 잃을 위험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실물펀드는 주식이나 채권형 펀드보다 신중하게 펀드가 어떤 방식으로 수익을 내는 구조로 설계됐는지 잘 살펴봐야 한다. 김후정 동양종합금융증권 연구원은 “실물펀드가 모두 안정적 수익을 주는 건 아니고 상품에 따라 수익률 편차가 크다”며 “일반 펀드를 고를 때보다 상품에 대한 정보를 더 적극적으로 살핀 뒤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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