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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준 “참을 만큼 참았다” … 정동영 “차라리 날치기 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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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황우여의 메모 한나라당 황우여 원내대표가 2일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적은 메모. 메모에는 ‘한미 양국 정부는 협정 발효 후 즉시 ISD 유지여부에 관한 협의를 지체 없이 시작한다. 이명박-오바마’라고 적혀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31일에 이어 이틀 만에 또다시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상정을 놓고 여야 충돌이 벌어졌다. 외통위는 이날 외교부의 내년도 예산안을 심의할 예정이었지만 전날 밤부터 민주노동당 의원들이 외통위 전체회의장을 점거하고 문을 걸어 잠그는 바람에 소회의실에서 심의가 이뤄졌다.

 오후 2시 예산안 토론이 끝날 때쯤 한나라당 소속 남경필 외통위원장이 “오늘 오후 한·미 FTA 비준안을 상정해 토론하되 토론과 의결은 분리하겠다”고 밝히면서 시끄러워졌다. 당초 여야 간사끼리 예산안 심의가 끝날 때까지 비준안을 상정하지 않는다고 합의한 만큼 이젠 상정할 수 있다는 논리였다. 야당 의원들은 “우리가 언제 상정에 합의했느냐”며 강력 반발했다.

 남 위원장이 결국 비준안을 상정하자 민주당 최규성 의원이 뛰쳐나와 남 위원장을 뒤로 밀쳐냈고, 민주당 정동영·유선호 의원과 민노당 홍희덕 의원 등은 위원장석을 에워싼 채 의사진행을 가로막았다. 잠시 뒤 긴급 호출을 받고 출동한 야당 보좌진까지 소회의실로 몰려들어 취재진과 엉키면서 아수라장이 됐다. “우리도 참을 만큼 참았다”(한나라당 유기준 의원), “차라리 날치기를 해라”(정동영 의원) 등의 고함이 오갔다.

 정상적 회의 진행이 어려워지자 남 위원장은 오후 2시40분쯤 정회를 선포했다. 여야 대치가 이어지는 가운데 정동영 의원은 한나라당 이상득 의원에게 “이상득 (전 부)의장님, 한나라당 의원들이 전부 의장님 눈치를 보고 있는데 산회시키십시오”라고 말해 한나라당 의원들의 항의를 받았다. 이 의원도 “내가 입 다물고 가만히 있지 않나. 예의를 지키라”고 호통을 쳤다.

 결국 오후 6시15분쯤 남 위원장은 “3일 본회의 때까지 외통위를 열지 않겠다”고 선언한 뒤 산회를 선포했다. 한나라당 황우여·민주당 김진표 원내대표도 오후 4시부터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협상을 벌였지만 아무런 의견 접근이 없었다. 한나라당 당직자는 “3일 본회의에서의 비준안 처리는 사실상 어렵게 됐고 10일 본회의 처리를 목표로 잡아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경진·강기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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