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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암댐 맑아졌다고? 흙탕물 측정해 보시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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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도암댐에 설치된 수질개선시설. 파이프로 댐 물을 끌어 올려 뒤에 보이는 건물에서 수질 개선 후 댐 하류로 흘려 보낸다.

10년째 발전방류가 중단된 도암댐 문제가 다시 불거졌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수질개선시설을 가동해 처리한 수질이 기준에 적합하면 발전 방류를 재개할 계획이지만 시험 가동 중간에 정선군의회가 수질검증 보고자료가 조작됐다고 의혹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정선군의회는 지난달 31일 성명을 통해 “한국수력원자력이 수질개선시설을 가동하면서 시설 유입수 탁도 200NTU(Nepthelometric Turbidity Unit·탁도를 측정하는 단위) 이상과 처리수 50NTU 이상은 자동 측정되지 않도록 설정했다”고 밝혔다. 군의회는 “이로써 고농도의 흙탕물이 많이 발생하는 여름철에 처리시설 능력과 처리수질을 제대로 검증할 수 없도록 했다”고 주장했다. 군의회는 또 “특히 이 같은 사실을 지난 9월 열린 제6차 수질검증위원회에 보고하지 않았고, 수질개선시설을 거친 물의 수질이 호소수(댐 물) 수질 2등급(부유물질 5㎎/ℓ이하)을 초과하는 5.6㎎/ℓ를 나타내는 등 시설 능력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도암댐 문제는 2005년 국정현안정책조정회의에서 2급수 이상 수질이 개선되면 주민 동의를 거쳐 발전 재개를 검토하도록 했다. 이후 2009년 11월 지식경제부, 강원도 및 강릉시 등 3개 시·군,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이 시설로 처리한 물이 수질기준에 적합하면 발전방안을 협의하되 부적합할 경우 발전을 재개하지 않는 등을 내용으로 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한수원은 이에 따라 하루 2만t 규모의 수질개선시설을 설치하고 지난해 11월부터 시험가동하고 있다. 한수원은 수질개선 효과가 입증되면 하루 3만t 규모의 수질개선시설을 더 설치할 계획이다. 처리수 수질은 지난해 4월 구성된 도암댐 수질검증위원회가 검증하고 있으며, 시험가동은 올해 말까지 진행된다.

 군의회는 “막대한 비용 투입에도 수질개선을 담보할 수 없는 수질개선시설 설치를 중단하고 도암댐 홍수조절용 기능전환 결정 및 수질개선 등의 후속조치를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정선군이장협의회와 정선군 번영연합회 등 사회단체도 이날 성명서를 통해 “지난 9월 수질검증위원회 회의에 제출한 보고서는 기계장치를 조작하고 가동하지 않는 날에도 수치를 반영하는 등 (한수원) 의도대로 짜맞추기한 것에 불과하다”고 성토했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한수원 강릉발전소 김시영 운영차장은 “부유물질이나 총인과 달리 탁도는 수질을 검증하는 기본항목이 아닌 보조항목에 불과하다”며 “조작이나 은폐라는 주장은 오해”라고 말했다. 김 차장은 “유입되는 물의 탁도가 200NTU를 넘는 것은 모두 흙탕물로 이를 측정하는 것은 의미가 없어 그렇게 설정한 수치”라며 “이런 사안이 수질검증위원회에서 논의돼 오해가 해소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수원은 9월 말 유입수와 처리수 탁도 측정 기준을 각각 1000NTU로 높였다. 강원도는 11월 말 수질검증위원회를 열 계획이다.

이찬호 기자

도암댐 준공에서 가동 중단까지

▶1991년 = 댐 준공하고 발전 방류 시작

▶2001년 3월 = 주민 반발로 발전 중단

▶2005년 = 국정현안정책조정회의 조정 결과 “수질 개선 조치 후 재가동 논의”

▶2009년 = 정부·자치단체 등 양해각서

▶2010년 11월 = 수질개선시설 시험 가동

▶2012년 = 수질검증 되면 발전재개 논의

◆도암댐=평창군 대관령면에 있으며 백두대간에 15.6㎞의 터널을 뚫어 물을 강릉수력발전소로 보내 발전하는 유역변경식 댐이다. 고랭지 채소밭의 비료성분이 많은 물, 목장 폐수 등으로 댐 수질이 4~6등급으로 떨어졌고, 이 물이 발전방류를 통해 강릉 남대천을 오염시키자 강릉시민이 반발했다. 결국 2001년 3월 발전을 중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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