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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우의 〈미션임파서블 2〉와 이단의 안경

중앙일보

입력

영화의 초반부 이단은 곡예하듯 바위산을 오른다. 정상에 도착한 그에게 갑자기 헬기가 나타나고, 폭탄이 투하된다. 빼도 박도 못하는 이 상황. 하지만 헬기는 돌아가고, 폭탄 안에는 '미션'을 전달하는 선글라스가 담겨 있다. 이단은 안경을 착용하고 '미션'을 전달 받는다. 예의 첩보 영화처럼, 지령은 10초 이내에 자동파괴된다. 안경이 폭발한다고?

존 우의 〈미션임파서블2〉는 이렇게 시작한다. 존 우는 확실히 브라이언 드 팔머의 〈미션:임파서블〉(1996)이 갖고 있던 눈(시선)의 메타포를 영화의 처음부터 져버린다. 아니 그것을 파괴하면서 시작한다. 이 단순한 사건이 이 영화 전체를 브라이언 드 팔머의 〈미션:임파서블〉과 아주 다른 영화로 만들어 버렸다. 그래서 이 영화는 아마도 무차별적인 총알 발레 때문에 존 우에 열광하는 사람들에게는 소망스런 영화이지만, 여전히 드 팔머의 하이테크 스릴러에 미련을 버리지 못했던 분들에겐 다소 따분한 영화가 될 수 밖에 없다.

아마도 이 영화의 포스터만 보더라도 그 차이를 짐작할 수 있다. 전편과 속편의 포스터는 모두 공통적으로 톰 크루즈의 왼쪽 얼굴(왜?)만을 보여주면서, 이 영화가 단지 한 명의 근사한 영웅을 바탕으로 하고 있음을 부각시킨다. 하지만 이 두 장의 포스터는 분명 다르다. 드 팔머의 영화에서 이단의 얼굴은 그물망처럼 보이는 세계 지도에 갇혀 있다. 감옥 창살처럼 보이는 격자 그물망이 이단을 마치 새장에 가두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반면, 속편의 포스터는 화염을 배경으로 이단이 막 총을 뽑는 순간(액션의 순간)을 보여주면서 이단의 손과 앞으로 벌어질 사건에 주된 관심을 갖게 만든다. 게다가 포스터의 우측 상단으로 비둘기가 날아오르면서 전편에서 보여졌던 감금의 이미지는 사라진다: 총을 뽑는 이단(액션), 화염으로 뒤덮인 배경(액션의 결과), 날아오르는 비둘기(액션의 덕목). 드 팔머의 첩보 스릴러와 존 우의 총알 발레간에는 '눈(시선)'과 '손(액션)'의 차이가 존재한다.

드 팔머의 영화에서 보여지는 격자 그물망은 무엇일까? 드 팔머의 〈미션:임파서블〉에서 사실 가장 중요하게 드러나는 은유는 눈 혹은 시선이다. 물론 드 팔머의 영화 대부분에서 이러한 메타포가 반복된다. 종종 이러한 메타포는 관음증으로 오해받는다. 하지만, 히치콕을 인용하면서 드 팔머의 영화를 관음증으로 해석하는 것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왜냐하면 시선의 메타포를 사용해 드 팔머가 보여주려 한 것은 현대 테크놀로지의 통제와 감시 체제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드 팔머는 곧잘 자신의 영화에서 TV 연속극에서나 사용되곤 했던 분할 화면을 사용했다. 분할 화면은 두 장면(쇼트)을 한 화면에 담아낼 수 있기 때문에 동시에 발생하는 사건을 담아내기에 적합하다. 하지만 그가 사용하는 분할 화면은 사실 CCTV와 같은 감시용 스크린에서 가장 일반화되어 있다. 드 팔머는 영화 스크린을 감시와 통제의 스크린으로 사고한다. 한 화면 내에 여러 개의 스크린이 존재하는 상황. 하이테크 세계에 존재하는 수많은 스크린이 드 팔머의 영화를 미장센 한다.

그래서 화면 연결은 커트의 분할이 아니라, 창문들의 분할이 된다. 마치 창문 열기(닫기)와도 같은 '윈도우 디스플레이'의 변화가 몽타쥬를 대치한다. 드 팔머의 영화에서 쇼트는 하나의 스크린이자, 사실 현대적인 '윈도우'가 된다. 따라서 하나의 창문 안에 또 다른 창문이 열릴 가능성을 갖는다: 예를 들어 아벨 강스의 〈나폴레옹〉을 연상시키는, 〈스네이크 아이즈〉의 3면 스크린.

이제 드 팔머의 하이 테크 스릴러인 〈미션:임파서블〉의 포스터에서 왜 격자 그물망의 세계 이미지가 이단을 감금하고 있는가가 분명해진다(드 팔머의 영화와 존 우의 영화에서 이단이 어떤 위치에 놓여져 있는가는 두 장의 스틸 사진을 비교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드 팔머의 〈미션:임파서블〉에서 이단은 현대적인 스크린 테크놀로지에 의해 사실상 감금된다. 그런 점에서 톰 크루즈는 아마도 드 팔머의 영화에 반감을 가졌을 것이다. 이단은 배신하고 배신당하면서 단지 자신의 '오명'을 벗기 위해 싸울 뿐이다. 하지만 존 우의 영화에서 이단은 '미션' 때문이 아니라, 여인과의 사랑 때문에 임무를 수행한다. 액션의 동기가 서로 다르다. 그의 액션은 가장 할리우드적인 액션 구조를 답습하고 있다. 물론 드 팔머처럼 그 또한 이번 영화에서 히치콕에게 빚지고 있다. 하지만 그가 히치콕의 〈오명〉에서 가져온 것은 '포도주'의 긴장감이 아니라, 단지 첩보원과 범죄자 여인과의 사랑 테마일 뿐이다.

이제 존 우의 영화 초반에서 왜 안경이 파괴되어야만 하는 가를 알 수 있다. 드 팔머의 〈미션:임파서블〉에서 이단의 안경은 원격 감시를 위한 것이었다. 이제 존 우의 영화에서 이단을 그 안경을 버리고, 〈터미네이터〉 혹은 〈매트릭스〉의 영웅들처럼 선글라스를 착용한다. 드 팔머의 안경이 '메타포'라면, 존 우의 안경은 액션의 '아이콘'일 뿐이다.

물론 드 팔머의 영화가 더 뛰어나다는 걸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존 우는 분명 뛰어난 영화 감독이다. 그는 매번 할리우드 영화의 걸작들을 자신의 레퍼런스로 활용하는 재기 또한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미션임파서블2〉는 〈매트릭스〉주변을 겉도는 것처럼 보이고, 전작이 갖고 있던 소중한 덕목을 저버리는 것처럼 보인다. 존 우는 분명 감시와 통제라는 현대적인 메타포를 벗어나 '사랑'을 택했다. 그 사랑은 하지만 '할리우드'에 대한 자신의 은밀한 고백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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