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살림 차린 비방디·시그램, 명암 엇갈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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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통신 미디어 그룹 비방디가 예정했던 대로 유니버설 스튜디오를 소유하고 있는 캐나다의 시그램을 3백40억달러에 인수,한살림을 차린다고 발표했다.

비방디는 자회사인 유럽 최대의 케이블회사 TV 카날 플뤼와 시그램의 영화·음악 콘텐츠 사업을 통합,시가총액 1천억달러,연간수입 5백50억달러의 ‘비방디 유니버설’을 설립할 계획이다.비방디 유니버설은 미국의 AOL-타임워너에 이은 세계 2위의 엔터테인먼트 그룹으로 떠오르게 된다.

그러나 ‘윈윈 게임’이었던 AOL-타임워너 합병과는 달리 이번 합병을 둘러싸고는 양사의 명암이 크게 엇갈렸다.

◇지는 해 시그램=양주 시바스 리갈의 메이커인 시그램은 캐나다 브론프먼가가 3대째 일궈낸 제국이다.창업주 새뮤얼 브론프먼(1971년 사망)은 엄청난 애주가로 자신이 키운 양조사업만큼은 가족 손에 물려주길 바랐다.그러나 비방디는 시그램의 주류 분야를 70억달러에 매각할 계획이다.

뉴욕 타임스는 “시그램 제국에 해가 지고 있다”며 아버지 에드거 브론프먼에 이어 최고경영자(CEO)자리를 차지한 손자 에드거 브론프먼 2세의 경영능력 부족을 질타했다.전통 주류업에서 탈피해 새 사업을 모색하던 브론프먼 2세는 듀퐁 지분을 팔아 음반업체 폴리그램을 소유한 유니버설 그룹을 인수,세계 최대의 음반회사가 됐으나 TV방송,케이블 망을 확보하지 못한데다 인터넷을 통한 CD 복사가 남발하는 바람에 미디어 그룹으로의 전환이 순조롭지 못했다.

양조사업 보존을 위해 동생까지 내쫓았던 창업주 새뮤얼은 죽기전 가족 회의서 브론프먼 2세를 지목하며 “너야말로 가업을 이끌 유일한 아이”라고 말했다는 일화가 전해진다.그러나 바로 그의 손에 의해 대물림의 꿈은 물거품처럼 사라졌다.

◇떠오르는 비방디=1853년 프랑스 국영 수도회사로 출발한 비방디는 장 마리 메시에르(43)회장이 4년전 경영권을 장악한 이래 빠른 속도로 변신해왔다.메시에르 회장은 교통·에너지·건설·부동산에 치중했던 비방디의 경영 전략을 통신·미디어쪽으로 바꿔나갔다.

하바스 미디어 그룹과 합작해 프랑스 최초의 유료 케이블 TV인 카날 플뤼를 만들었고 프랑스 2위 통신사 세게텔과 영화사 파테를 매입했다.아메리카온라인(AOL)프랑스에도 지분 참여했고,영국의 이동통신 업체 보다폰과 ‘비자비’라는 인터넷 포털 서비스를 개시하기도 했다.

앞으로는 기존의 케이블 TV·위성·인터넷 시스템을 이용해 시그램의 콘텐츠를 팔고,비방디 유니버설을 통해 영화·TV프로그램·음악·스포츠·출판·테마파크·인터넷 사업을 해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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