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엔화 급락 … 일 정부, 시장 개입 “1조 엔 쏟아부어” 1달러 = 79.2엔 방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4면

한국과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비판하던 일본 정부가 31일 오전 10시25분쯤 외환시장에 개입했다. 말이 아니라 행동이었다. 도쿄 외환시장에 엔화를 마구 쏟아부었다. 미국 달러와 견준 엔화 가치가 3.3% 정도 급락했다. 엔화 매수 세력이 반격해봤지만 역부족이었다. 엔화가치가 한때 79.5엔 선까지 후퇴했다. 지난 주말보다 5% 정도 떨어졌다. 최근 3년 사이 가장 큰 하락폭이었다.

 아즈미 준(安住淳·49) 재무상은 긴급 기자회견에서 “투기적 움직임에 과감하게 대응하겠다고 되풀이 말하지 않았는가”라며 “만족할 때까지 개입하겠다”고 밝혔다. 니혼게이자이 신문(닛케이)은 외환 전문가의 말을 빌려 “(일본 정부가) 약 1조 엔(약 15조원)을 시장에 푼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시장 개입엔 일본은행(BOJ)이 지난주 5조 엔(약 75조원)을 더 늘려놓은 자산매입기금이 활용됐다.

일본 정부는 엔화가치가 75엔 선을 위협하자 단독으로 행동에 나섰다. 올 들어 세 번째 개입이다. 1차는 대지진 직후인 올 3월이었다. 그땐 미국·유럽과 함께였다. 2차는 올 8월이었다. 이땐 일본 단독이었다. 두 차례 개입에서 일본 정부는 별 재미를 보지 못했다. 스즈키 겐코 미즈호증권 외환 애널리스트는 닛케이와 인터뷰에서“이번에도 일본 정부가 성공하기 힘들 듯하다”며 “달러당 80엔까지는 떨어뜨리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원화가치는 전날보다 5.1원 떨어진 1110원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이는 일본 정부가 엔화 매도에 나서면서 안전자산인 달러화에 대한 선호도가 다시 높아졌기 때문이다.

강남규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