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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샤프트〉 당당히 1위 개봉!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70년대의 흑인영웅을 부활시킨 사뮤엘 잭슨 주연의〈샤프트(Shaft)〉가 6월 16일부터 18일까지의 북미 주말흥행시장에서 2,337개의 극장으로부터 2,171만불을 벌어들이며 당당히 1위로 개봉하였다. 이에 따라 지난 주말 1위로 개봉하였던 니콜라스 케이지 주연의 자동차 액션물〈식스티 세컨즈(Gone in 60 seconds)〉는 1490만불의 수입으로 2위로 내려앉았다.

이러한 경향에서 볼 수 있듯이 올해도 작년과 마찬가지로 여름시장에서 2주연속 1위를 차지하기란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작년의 경우에는 최대의 화제작이었던 〈스타워즈 에피소드 1〉 만이 여름 시즌의 시작을 알리며 3주 연속 1위를 기록했을 뿐, 여름시즌이 끝나갈 무렵 나온 〈식스 센스〉의 개봉까지 단 한번의 2주연속 1위도 없었다.

이번 주말의 주목할 만한 이변은 마틴 로렌스가 남부의 심술쟁이 할머니로 변장하는 경찰 코메디물 〈빅 마마스 하우스(Big Momma's House)〉가 올 여름 최대의 블록버스터물 〈미션 임파서블 2〉를 앞서는 흥행을 기록한 것이다. 〈빅 마마스 하우스〉는 2,843개 극장에서 1,169만불을 벌어들임으로써 주말 흥행 3위를 차지하였고, 훨씬 많은 극장수인 3,633개 극장에서 상영된 〈미션 임파서블 2〉는 1,136만불의 수입으로 4위를 기록한 것. 비록 〈미션 임파서블 2〉가 1주일 먼저 개봉한 점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현재까지 〈미션 임파서블 2〉가 4주간 벌어들인 총수입은 1억 7,658만불이고, 〈빅 마마스 하우스〉는 3주간 총 7,123만불을 벌어들였다.

이어서 이번 주말에 〈샤프트〉와 함께 나란히 선보인 20세기 폭스사의 애니메이션 대작 〈타이탄 A.E.(Titan A.E.)〉와 10대용 로맨틱 코메디물 〈보이즈 앤 걸즈(Boys and Girls)〉가 각각 938만불과 701만불의 수입으로 5위와 6위를 차지하였고, 개봉 5주째인 디즈니의 〈다이너소어〉가 586만불의 수입으로 그 뒤를 이었다. 〈다이너소어〉가 지금까지 벌어들인 총수입은 1억 2,051만불이다.

한편, 이번 주말 전국의 1,313개 극장에서 재개봉에 들어간 〈판타지아 2000(Fantasia 2000)〉은 올해 1월 1일부터 4개월동안 IMAX 영화관 상영되었던 까닭에 관심있는 이들은 이미 다 보아서 인지 291만불의 저조한 수입으로 11위를 차지해 10위권 진입에 실패하였다.

이번 주말 당당히 1위로 개봉한 〈샤프트(Shaft)〉는 71년에 나온 동명의 '블랙스플로이테이션(blaxploitation: 흑인을 주인공으로 하여 주제보다는 액션과 베드씬을 강조한 B급 영화)'의 고전을 5천만불을 들여 현대감각으로 리메이크한(업데이트란 표현이 더 적절하다) 작품이다. 비록 영화전편에 오스카를 수상했던 원작의 주제곡(아이작 헤이즈 작곡)이 다시 흐르고 있기는 하지만.

원작과 이번 영화의 차이점에 대하여 영화를 만든 파라마운트사의 배급대표 웨인 류엘렌은 "분명히 원작은 한 문화적 아이콘이 되었고, 그 주제가와 함께, 관객들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하지만 이 영화가 오직 이러한 향수적 요소에만 기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잭슨의 인기와 훌륭한 마케팅 캠페인으로 이루어진 이 영화는 모든 이를 위한 것이다.(흑인만을 위한 것이 아니고)"라고 전했다. 그는 덧붙여 "이 영화가 흑인관객들에게 크게 어필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젊은 백인 남성들에게도 상당한 인기가 있다."고 주장했다. 파라마운트 영화사의 부대표인 롭 프리드먼 역시 이 영호의 출구조사 결과가 매우 좋았다고 전하면서, 롱런할 것이라고 장담하였다.

〈보이즈 N 후드〉를 연출하여 스파이크 리의 뒤를 이을 의식있는 흑인 감독으로 주목받아온 존 싱글턴이 연출을 맡은 이 영화에는 사뮤엘 잭슨이 원작 주인공과 같은 이름(존 샤프트)을 가진 원작 주인공의 조카를 연기하고, 미스 아메리카 출신 배우 겸 가수 바네사 윌리암스와 〈아메리칸 사이코〉의 크리스챤 베일이 공연하며, 71년 원작에서 샤프트를 연기했던 리차즈 라운드트리가 원작의 감독이었던 고든 파크스와 같이 카메오 출연하고 있다.

인종주의자인 대학생 월터 웨이드(크리스챤 베일)가 한 무고한 흑인학생을 살해하자, 뉴욕 경찰청의 형사 존 샤프트는 그를 체포한다. 하지만 월터는 보석으로 풀려나고 외국으로 도망쳐 2년간을 숨어 지낸다. 2년후, 월터는 비밀리에 돌아오지만 그를 기다리고 있던 샤프트에게 다시 체포된다. 또 다시 막강한 재력을 가진 아버지에 의해 보석으로 풀려난 월터는 이번에는 샤프트를 없애버리려 한다. 반면, 샤프트 역시 법만으로는 어쩔수 없다는 점을 깨닫고 자신만의 방법으로 월터를 해결하고자 결심한다. 한편, 샤프트를 노리는 이들은 월터만이 아니다. 샤프트의 부패한 동료들 (댄 페다야와 루벤 산티아고-허드슨), 샤프트에게 자신의 영역에서 망신을 당한 데 대하여 복수하려는 도미니카의 마약왕(제프리 라이트)도 역시 샤프트를 노리는 악당들. 샤프트를 도우는 이는 그의 절친한 경찰동료인 카르멘(바네사 윌리암스)과 뒷골목 친구 라산(부스타 라임즈) 뿐이다. 샤프트와 월터는 월터 살인사건의 유일한 목격자(토니 콜레트)를 경쟁적으로 추적하는데, 이 여자도 역시 보통 인물은 아니다.

타이틀 롤을 맡은 잭슨은 인터뷰에서 "나는 극중에서 다른 종류의 악마들인 인종차별주의, 증오, 마약에 맡서 싸우는데, 이러한 것들은 우리주위에 이미 많이 퍼져있는 것들이죠."라고 자신의 역에 대해 밝혔다.

이 영화에 대하여 평론가들은 호평 또는 혹평하기 보다는 새로운 샤프트를 옛날의 샤프트와 비교하기에 바빴다. 특히, 모든 평론가들은 영화가 사랑(혹은 섹스)에는 관심이 없어 보인다고 입을 모았다. 뉴욕 타임즈의 흑인 평론가 엘비스 미첼은 "오리지날 샤프트가 성공했던 한 가지 이유는 영화가 명백히 흑인을 이전의 스크린에서 본 적 없을 정도로 관능적인 인종으로 그렸다는 점이다. 비록 난폭한 바람둥이지만 새로운 샤프트는 다른 것보다는 자신의 의상에 애정을 가지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달라스 모닝 뉴스의 크리스 보그너는 "샤프트의 여자 꼬시는 솜씨에 무슨 일이 일어났나?"고 물으면서, "가끔있는 일시적 유희 외에는, 중성을 가진 사람처럼 보인다. 만일 파라마운트사나 (제작자인 스콧) 루딘이 사뮤엘 잭슨을 섹시한 인물로 전환하기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면, 정말 부끄러운 일이다."고 평했고, 시카고 선타임즈의 로저 에버트는 "영화에서 새로워진 한 가지는 낮은 섹스 비율이다. 블랙스플로이테이션은 미국영화들이 많은 누드씬과 베드씬으로 무장한 시기에 유행했었다. 그에 비하면 이 현대적인 액션영화는 상대적으로 요조숙녀처럼 보인다."고 평했다. 이 영화에 극찬을 보낸 보스톤 글로브의 제이 카는 자제할 때를 아는 영화 스탭들을 칭찬하면서, "이 영화는 스타일과 펀치를 가진 아주 쿨 한 업데이트 영화다."고 총평했다.

이번 주말 5위로 첫 선을 보인 〈타이탄 A.E.(Titan A.E.-After Earth)〉는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아성에 도전장을 낸 20세기 폭스사가 〈아나스타샤〉이후 다시 야심차게 도전하는 작품으로 20세기 폭스측은 적어도 이번 주말에 1,300에서 1,400만불은 벌어들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제작비 7,500만불짜리 SF 애니메이션은 10대 관객들 취향인 장대한 액션씬을 갖추었을 뿐 아니라 맷 데먼, 빌 풀만, 드류 베리모어, 네이선 레인 등의 일급 스타들이 등장인물들의 목소리를 연기하고 있어서 여름시즌 최고의 관객인 10대들을 충분히 극장으로 끌어들일 요소를 겸비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같은 기대를 저버리고 〈샤프트〉보다 약 400여개가 많은 2733개 극장에서 개봉하였음에도 1000만불에 못 미치는 수입을 거둔데 대하여 폭스사의 배급대표인 톰 쉐렉은 "솔직히 실망스러운 것이 사실이다."고 소감을 밝히면서 그 이유로 "10대 관객이 생각보다 적었다. 아마 10대들은 자신들보다 자신들의 동생을 위한 영화라 생각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그는 미국 학교의 2/3가 방학에 들어간 이상 앞으로의 흥행전망은 밝을 수도 있다고 기대하였다.

지구가 사악한 외계인 종족 드레즈의 공격에 의해 폭발하기 직전, 어린 케일의 아버지는 인류기술의 결정체라 할 수 있는 타이탄 호의 위치가 들어있는 반지를 케일에게 남긴다. 지구가 폭발한 후 일부의 생존한 사람들은 우주를 떠도는데, 반항아로 성장한 케일 역시 그중 하나이다. 전 지구방위사령관을 만나 반지의 비밀을 알게된 케일은 전설 속의 우주선 타이탄 호를 찾는 여정에 오르고, 이제 외계인과 인류가 벌이는 최후의 싸움이 시작된다.

영화의 연출은 〈피블의 대모험 : 아메리칸 테일〉과 〈공룡시대〉,〈아나스타샤〉등을 연출한 80년대 애니메이션 붐 부활의 주인공 돈 블루스와 제작에만 참가하다가〈아나스타샤〉를 블루스와 공동으로 연출하였던 게리 골드만이 공동으로 담당하였다.

애니메이션에 대하여 비교적 우호적인 반응을 보이는 평론가들도 이 영화에는 실망스럽다는 반응으로 일관하였다. 워싱턴 포스트의 스티븐 헌터는 이 영화가 가진 가장 큰 문제점을 "폭발씬이 인류의 그것으로 보이지 않고 개인적인 것처럼 보이는 점."이라고 지적한 후, "이 영화는 입다무는 시간이 길면 길수록 좋은 영화."라고 얄팍한 스토리를 나무랐다. 또, LA 타임즈의 케네스 튜란은 "이 영화의 진정한 스토리는 영화의 줄거리가 아니고 시각적 구경꺼리이다."고 평했고, 뉴욕 포스트의 조나산 포어맨은 "엄청난 실망"이라고 평하면서, "진부함, 조잡한 그림, 철저히 극중구성이 떨어지는 작품."이라고 공격했다.

이번 주말 6위로 개봉한 로맨틱 코메디 〈보이즈 앤 걸즈(Boys and Girls)〉는 〈나는 네가 지난 여름에...〉의 청춘스타 프레디 프린지 주니어를 내세운 전형적인 10대물이다.

올해의〈아메리칸 파이〉를 꿈꾸는 이 영화의 감독은 작년의 깜짝 히트물 〈쉬즈 올 댓(She's All That)〉을 연출했던 로버트 이스코브가 담당하였고, 〈조 블랙의 사랑〉과 〈미스테리 맨〉에 나왔던 클레어 폴라니가 프린지 주니어의 상대역을 담당하였다.

라이언(프린지 주니어)과 제니퍼(폴라니)는 정반대의 스타일로 서로 조금도 끌리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12살 때 서로 만났을 때부터 첫눈에 서로를 싫어했고, 그들이 10대가 되어 다시 만났을 때도 서로를 보며 질색을 했었다. 그러나 그들이 다시 대학에서 만났을 때, 고정된 스타일을 고집하는 라이언과 자유로운 사상을 가진 제니퍼는 그들이 가진 차이점이 묘하게 그들을 함께 묶는다는 것을 발견하고 신기한 우정이 싹트기 시작한다. 이제는 그들의 룸메이트인 낙관적 성격의 괴짜 헌터와 경박한 스타일의 애이미의 도움을 받아, 친구에서 연인으로 서서히 발전하는데...

평론가들이 〈보이스 앤 걸스〉에 나타낸 반응은 거의 〈배틀 필드〉 수준의 악평 일색이었다. 뉴욕 타임즈의 A.O. 스콧은 자신이 이 영화를 주 대상 관객인 10대들과 같이 보았다고 전하면서 "약 30분이 지나자, 그들 중 대다수는 차라리 집에 가서 공부하기를 바라는 눈치였다."고 직격탄을 쏘며, 한 10대가 극장문을 나서며 했던 말을 인용하였다. "나는 내가 공짜로 영화를 보면서 돈을 빼앗긴 기분이 들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뉴욕 포스트의 루 루메닉은 가차없이 "올해 최악의 영화(The year's worst movie)."라고 일축하면서 그의 리뷰를 시작하였다. 그의 리뷰 끝에서 그는 자신의 표현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았다면서 정정하는 듯 하다가, "이 영화의 실제는 최악의 영화라는 표현보다 더 재미없다."고 마무리 지었다. 하지만 LA 타임즈의 케빈 토마스 만은 마치 동료 평론가들과 다른 영화를 본 사람처럼 이 영화를 "호감이 가고 깊이가 있는 로맨틱 코메디."라고 칭하면서 "기존의 로맨틱 코메디들보다 훨씬 깊이가 있고 복잡한 영화."라고 호평을 보냈다.

한편, 이번 주말에도 제한된 수의 극장에서 개봉한 예술영화들이 나름대로의 흥행에 성공을 거두었다. 뉴욕의 단 한 개 극장에서 상영된 정키 드라마 〈지저스 선(Jesus' Son)〉이 무려 3만 7천불의 수입을 올렸는데, 이는 이번 주말 10위권내 영화 중에서 극장 당 수입으로도 1위인 〈샤프트〉의 극장 당 수입 9,232불의 4배에 달하는 수입이다. 이 블랙 코미디는 다가오는 주말에 LA 상영을 거친 후 7월 7일에는 전국확대 개봉에 돌입할 예정이다. 또 스페인의 시민전쟁을 다룬 드라마 〈버터플라이(The Butterfly)〉 역시 뉴욕과 LA의 3개 극장에서만 상영되어 3만 1,253불을 벌어들여 나름대로의 흥행성공을 거두었다.

기타 이번 주말 10위권에 든 나머지 작품으로는, 러셀 크로우를 단번에 스타로 만든 액션 서사시〈글래디에이터〉가 536만불의 수입으로 8위를 차지하였고, 성룡 주연의 〈상하이 눈(Shanghai Noon)〉이 379만불의 수입으로 9위를 차지하였으며, 로드 무비 성격을 가미한 화장실 코미디물 〈로드 트립(Road Trip)〉이 309만불의 수입으로 10위를 기록하였다.

흥행집계사인 엑지비터 & 릴레이션사에 따르면 이번 주말 12위권 내 영화들(일명 Golden Dozen)의 총수입은 9,800만불이었는데, 이는 지난 주말에 비하여 7%가 증가한 수입이지만 〈타잔〉이 3420만불의 수입으로 1위로 개봉하였던 작년의 같은 기간과 비교할 때는 25%나 감소한 성적이다. 이같은 차이는 작년 같은 기간에는 기록적으로 〈타잔〉을 비롯하여 〈오스틴 파워〉,〈장군의 딸〉,〈스타워즈 에피소드 1〉 등 무려 4편이나 1800만불 이상의 수입을 기록한데서 나온 것으로 분석된다.

다음 주말에 새롭게 여름흥행시장에 뛰어드는 영화는 짐 캐리가 2중인격자로 나오는 〈미, 마이셀프 앤드 아이린(Me Myself & Irene)〉과 멜 깁슨이 목소리 주연을 맡은 드림웍스의 클레이메이션 코메디 〈치킨 런(Chicken Run)〉의 두편이다. 이중 〈미, 마이셀프 앤드 아이린〉의 경우, 짐 캐리와 〈메리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의 패럴리 형제가 〈덤 앤 더머〉 이후 다시 만난 작품인 만큼 무난히 1위로 등극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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