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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기업들, 북한 시장 선점 노린다

중앙일보

입력

미국 기업들이 북한 시장 공략을 서두르고 있다. 남북 정상회담 이후 북한의 시장개방 속도가 탄력성이 붙은 데다 지난 19일 미국 정부가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 해제를 공식 선언하고 시행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특히 군수품과 일부 핵심 산업재를 제외한 거의 모든 품목이 이번 제재해제 대상에 포함돼 있어 미국 기업들이 대북한 직접교역이나 투자를 서둘러 시장선점을 노린다는 전략이다.

워싱턴 주재 한국경제연구소(KEI)의 피터 벡 소장은 19일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최소한 20여개 업체가 북한 시장 진출을 위해 다각적인 접촉을 시도하고 있다" 고 밝혔다.

북한 시장 진출에 가장 적극적인 업계는 식량난에 허덕이는 북한 사회를 겨냥한 곡물 및 식품업계.

미국의 대형 현물거래업체인 카길은 이미 북한이 매년 2백50여만t의 곡물이 부족하다는 세계식량기구(FAO)의 발표에 주목하고 미국 정부 및 현지 북한 관계자와 접촉, 곡물의 직접수출을 노리고 있다.

카길은 곡물수출이 정상화하면 곧바로 원유와 커피 수출을 계획하고 있다고 미국 언론들이 보도했다.

특히 미 농업계는 지금까지 연방정부에 대북한 경제제재 해제를 강도높게 요구해와 이번 조치 이후 북한 러시는 엄청날 것으로 미 농무부는 보고 있다.

미국 농업청(AFB)의 오드래 에릭슨 연구원은 "북한 시장이 개방되면서 가장 먼저 특수를 누릴 수 있는 산업은 농업이며 이같은 특수는 상당 기간 지속될 것" 이라고 말했다.

엔지니어링 및 건설에 주력하고 있는 벡텔그룹은 북한의 사회간접자본(SOC)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이 회사는 북한의 SOC 수요가 1990년 한국 수준에 도달하려면 최소한 72조원이 소요된다는 한국 정부 발표를 중시, 북한 건설시장의 직접 진출을 노리고 있다.

벡텔사는 우선 직접진출을 서두르되 사정이 여의치 않을 경우 한국이나 중국 등 제3국 업체와의 제휴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레만브러더스와 시티그룹 등 금융사들도 북한에 대한 송금제재가 해제됨에 따라 북한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이들 업체는 북한에 친족을 둔 한국계 교민들에 대한 대북한 송금이 증가할 것으로 보고 이들을 대상으로 한 시장조사를 서두르는 등 구체적인 사업안을 마련 중이다.

북한과의 상업항공기 운항이 허용됨에 따라 항공업계도 바쁘기는 마찬가지다.

유나이티드.아메리카에어라인.델타 등 미국 3대 항공사들은 북한 취항이 이뤄질 경우 중국과 유럽 등으로 향하는 항공노선이 단축돼 상당한 반사이득이 있을 것으로 보고 북한 취항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 등 주요 언론들이 전했다.

한편 이같은 미국 기업들의 발빠른 행보와 관련, 미 상공회의소 마이런 브릴리언트 아시아담당국장은 "장기적 관점에서 북한 시장의 잠재력은 충분하며 다만 현재 (결재 등)직접교역을 위한 시스템이 빈약한 게 문제" 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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