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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궁여왕' 김수녕 6년만에 부활

중앙일보

입력

손가락에서 떨어진 활이 70m 밖의 표적을 맞추는데 걸리는 시간은 1.2초.

19일 태릉선수촌 양궁장에서 막을 내린 2000 시드니올림픽 양궁대표 최종선발전 마지막 날 경기에서 마지막 활이 손가락에서 벗어나 표적으로 날아가는 동안 김수녕(29. 예천군청)의 머리속에서는 지난 8개월의 시간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다.

93년 은퇴한 김수녕이 지난해 6년만에 다시 활을 잡겠다고 선언했지만 누구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올림픽 3관왕으로서 세계양궁의 여왕으로 군림했다하더라도 벌써 지난 이야기.

두터운 선수층을 자랑하는 한국 양궁계에서 6년만에 활을 잡은 선수를 심각한 경쟁자로 간주하는 것은 넌센스에 가까운 일이었다.

그러나 특유의 침착함으로 무장한 김수녕은 '신궁'이라는 명성에 걸맞는 활솜씨를 과시하며 전국민의 관심거리로 떠올랐다. 5차선발전을 1위로 통과하고 6차선발전에서 2위를 차지, 올림픽 대표팀 선발의 가능성을 높인 것.

불가사의에 가까운 김수녕의 침착함은 6명이 출전, 상위 3명에게 올림픽 출전권을 부여하는 최종선발전에서도 이어졌다.

윤미진과 강현지 등 새까만 후배들의 분전으로 4위까지 처지면서 탈락 위기를 맞았던 김수녕은 마지막 날 경기에서 평상심을 회복한 것.

종합배점 20점으로 3위.

마지막 활이 표적에 명중한 것을 확인한 김수녕은 "가족들에게 한 시드니 올림픽 출전 약속 지켜 너무 감격스럽다"며 눈시울을 적셨다. (서울=연합뉴스) 고일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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