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직업 경찰로 전·의경 대체, 머뭇거릴 이유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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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전투·의무경찰(전·의경)은 언젠가는 사라져야 할 제도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전·의경을 직업 경찰관으로 대체하라고 권고한 것은 옳은 방향이다. 우선 전·의경 제도의 도입 취지에 어긋난다. 대(對)간첩작전 수행을 위해 창설한 전·의경은 현재 시위 진압 등 경찰의 보조 인력으로 운용하고 있다. 인권위는 제도의 합목적성(合目的性)에 반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전·의경 폐지로 시위가 더 과격해지며, 직업 경찰관 유지에 들 돈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다.

 전·의경 제도는 인건비가 싸다는 이유로 군복무 대상자를 치안에 활용하는 편법이다. 국방의 의무를 위해 나선 젊은이들에게 시위 진압이라는 경찰 업무를 떠넘기는 것이다. 이들은 과격 시위 진압에 동원되다 보니 폭력성을 키운다. 구타나 가혹행위가 끊이지 않는 원인이다. 인권위는 상습적인 인권유린을 막는 해결책으로 전·의경 폐지를 제시한 것이다.

 외국에선 직업 경찰관이 시위진압을 전담한다. 프랑스·독일·일본 등은 경찰관 기동대를 운영한다. 우리 경찰도 2008년부터 해마다 20%씩 단계적으로 감축해 2013년에는 전·의경을 완전히 없애기로 한 바 있다. 1만4100여 명의 직업 경찰관으로 대체하겠다는 것이다. 현 정부 들어 4만여 명에 달하던 전·의경은 2만3000명으로 줄였지만 전면 폐지 방침은 유보된 상태다.

 물론 막대한 추가 비용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 초임 기준으로 연봉 140만여원의 전·의경과 1400여만원의 순경을 단순비교하더라도 1만 직업경찰을 새로 뽑을 경우 연간 1000억원 이상이 필요하다. 무상급식에 수천억원을 쓰는 나라에서 치안수요가 있다면 예산을 배정해야 한다. 집회·시위 관리의 공백도 우려된다. 시위는 문화의 문제다. 외국처럼 시위 진압 전담 경찰관이 책임의식을 갖고 ‘법대로’ 대응해야 한다. 젊은이를 방패로 내세워 해결될 일이 아니다.

 경찰은 내년부터 전경은 선발하지 않지만 2015년까지 의경 2만5000여 명은 일단 유지한다는 입장이다. 의경을 시위진압에 투입한다면 전경이란 이름만 없앤 것이지 달라질 게 없다. 더 이상 편법에 눈감고, 애꿎은 젊은이들에게 희생을 강요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