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마스터에 맞설 ‘한국형 표준’ 선점 노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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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스마트폰을 이용한 모바일카드 시장이 신용카드업계의 새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다. 2001년 통신사와 카드사가 선보인 ‘모네타’란 모바일 카드는 휴대성에서 플라스틱 카드와 별반 차이가 없다는 평가와 함께 실패로 끝났다. 하지만 최신 모바일카드는 생활에 깊숙이 파고든 스마트폰 덕분에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 3월 출시된 하나SK카드의 스마트폰 전용 모바일 서비스인 ‘터치’의 이용자는 15만 명에 달한다. 올 3월 7만 명이던 가입자가 반년 사이 두 배가 됐다.

 스마트폰을 이용한 인터넷 쇼핑 결제도 늘고 있다. 하나SK카드 이학표 대리는 “스마트폰으로 인터넷 쇼핑을 할 때 플라스틱 카드는 카드번호와 유효기간까지 입력해야 하지만 모바일 카드는 간편하게 비밀번호 네 글자만 치면 된다”고 설명했다. 현대카드 등 전업계 카드사도 조만간 근거리무선통신(NFC) 기능을 이용한 새로운 모바일 서비스를 내놓을 예정이다.

 하지만 모바일카드 시장은 전체 카드 시장 규모를 고려하면 아직 걸음마 단계다. 전국 200만 개 신용카드 가맹점 중 모바일 결제를 위해 필요한 ‘동글이’가 설치된 곳은 20만여 곳이고, 실제 서비스되는 곳은 7만 곳 남짓이다.

 KT와 비씨(BC)카드가 모바일 카드 시장에 뛰어들겠다고 나선 것도 이런 이유다. 카드업계는 이번 발표를 두 가지 측면에서 주목하고 있다. 우선 좁아지고 있는 BC카드의 입지다. BC카드는 원래 결제대행 서비스를 맡기기 위해 은행계 카드사들이 공동으로 설립한 업체다. 하지만 최근 들어 각 은행이 카드사를 분사하고 자체망을 설립함에 따라 새롭게 활로를 모색해야 할 처지가 됐다. 올 들어 BC카드가 카드업계의 골리앗 비자카드와 소송전을 벌이고, 비자나 마스터 마크가 안 붙은 토종 브랜드 카드를 내놓고 대대적인 마케팅을 벌이고 있는 것도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란 얘기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태동 단계인 모바일 시장에서는 비자와 마스터에 앞서 새로운 한국형 표준을 제시함으로써 입지를 만드는 것이 BC카드의 목표”라고 평가했다. BC카드는 그 명분을 최근 사회 문제로 부상한 카드수수료 인하에서 찾았다 한국의 앞선 정보기술(IT)을 금융에 접목시켜 비용을 줄이고, 이를 통해 카드 수수료를 낮추겠다는 것이다.

윤창희·김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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