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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우익 통일장관 “카다피 비참한 최후 맞은 건 핵 포기 아닌 국민이 버린 탓”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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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류우익 통일부 장관이 취임 한 달을 맞아 21일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류우익 통일부 장관은 리비아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의 사망과 관련해 “카다피가 비참한 최후를 맞이한 것은 핵을 포기해서가 아니라 국민으로부터 버림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류 장관은 취임 한 달을 맞아 21일 통일부 출입기자단과 간담회를 연 자리에서 이같이 밝히고, “핵을 포기하는 게 이롭다는 걸 북한에 설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류 장관은 지난해 3월 북한의 천안함 폭침 도발에 따라 정부가 취한 5·24 대북 제재 조치에 대해서는 “결자해지(結者解之) 차원에서 원인을 제공한 측(북)에서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하고 ‘그런 일이 다시는 없겠다’는 약속을 해야 풀릴 것”이라며 “이런 원칙은 북한의 책임 있는 조치가 있을 때까지 지켜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주요 내용.

 -취임사에서 대북 기조를 지키면서도 유연성을 모색하겠다고 했는데.

 “어느 정도 국민적 합의와 동의가 있다고 본다. 비(非)정치·군사 부문이나 5·24 조치의 핵심이 아닌 부분은 예외적으로 완화하고 있다. 5·24조치로 중단된 겨레말큰사전 편찬사업이나 만월대 발굴 건은 문화유산 보존을 위한 것이라 승인해줄 계획이다.”

 -북측은 5·24조치를 해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잘못된 행동에 대가를 지불하게 한다는 1차적 의미도 있지만 더 중요한 건 앞으로 그런 일(천안함 폭침 같은 도발)이 없도록 해야한다는 것이다. 덜렁 한번에 (5·24조치를) 걷어내는 건 안된다. 북한이 뭘 해야 하는지는 스스로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북측의 태도 변화를 기다릴 건가.

 “어려운 상황에도 대화의 채널은 유지되는 게 좋다. 이 채널을 여는 여건을 조성하는 일에 나는 관심이 많다.”

 -중단된 남북 이산가족 상봉에 대한 복안은.

 “누가 먼저 제안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정책적 준비가 된다면 북한의 사정을 살펴서 우리가 먼저 제안해도 좋다. 형편이 허락하는 한 조속한 시일 내에 상봉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북한 경비병에 의한 남한 관광객 피격사망으로 중단된 금강산 관광의 재개 전망은.

 “북한이 신변안전 보장과 재발 방지책을 취해야 관광 재개를 논의할 수 있다. 국민의 안전이 최선이다. 신변 보장은 당국 간에 하는 것이다. 실현성 없는 민간과의 합의(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2009년 8월 방북 논의를 지칭)로 어떻게 보장하나.”

 -남북 정상회담에 대한 입장은.

 “정상회담은 대통령이 장관에게 위임할 성격은 아니다. 정상회담이 강력하고 효율적 수단이란 현대 외교의 원리는 남북한에도 적용 가능하다. 내가 아는 한 이명박 대통령은 정상회담에 굳이 집착하지 않고 또 배제도 않고 있다. 이것은 통일부 장관인 내가 가진 큰 자산(운신의 폭이 넓다는 의미)이다.”

 -김정일이 비참한 말로를 피하려면.

 “지도자는 1차적으로 국리민복을 증진시켜야 한다. 북한 주민이 궁핍하고 어렵다면 그것부터 해결하는 게 정치의 근본이다.”

이영종 기자

◆5·24 대북조치=지난해 3월 26일 서해상에서 발생한 북한의 천안함 폭침 도발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두 달 만에 정부가 내놓은 대북 제재 방안. 대북 교역 전면 중단과 경협·투자·방북 제한, 군 당국의 대북심리전 재개, 인도적 차원을 제외한 대북 지원 중지 등이 포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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