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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 더블린 ‘아서스 데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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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면

아서스 데이 축제가 열린 지난달 22일 더블린 시내의 한 선술집에서 참석자들이 라이브 공연을 보면서 “아서”를 외치며 환호하고 있다. [기네스 제공]

“3, 2, 1 … 아서를 위하여!(To Arthur!)”

 지난달 22일(현지시간) 오후 아일랜드의 수도 더블린 시내에 있는 기네스 맥주 공장 내 대형 창고를 개조해 만든 특설 무대. 시계가 5시59분을 가리키자 사회자가 “투 아서”를 외쳤고, 창고를 가득 메운 2000여 명은 “아서”를 함께 외쳤다. 흑맥주 기네스의 탄생지에서 열리는 축제 ‘아서스 데이(Arthur’s day)’의 시작이었다. 화려한 조명과 함께 가수 파올로 누티니(Paolo Nutini), 밴드 스테레오포닉스(Stereophonics) 등의 공연이 이어지면서 열기는 달아올랐다. 시내 곳곳의 펍(pub·선술집)과 바에서도 “아서” 외침 속에 시저스 시스터스(Scissors Sisters), 선데이 걸(Sunday Girl) 등의 공연이 펼쳐졌다.

 더블린은 문학의 도시(UNESCO City of Literature)다. 『더블린 사람들』을 지은 제임스 조이스를 비롯해 조너선 스위프트, 오스카 와일드 등 세계적인 문인들과 인연이 있는 도시다. 거리와 선술집에서 이들의 동상과 초상화를 쉽게 만날 수 있다.

 이런 문학의 도시가 9월 넷째주 목요일에는 ‘아서스 데이’와 함께 기네스의 도시가 된다. 기네스를 만든 아서 기네스를 기리고 맥주 탄생을 축하하는 행사다. 2009년 탄생 250주년을 기념해 시작됐다. 행사는 아일랜드뿐 아니라 미국·독일 등 세계 47개국에서 함께 열린다. 아일랜드의 기네스 사랑은 각별하다. 기네스는 아일랜드인이 마시는 맥주의 30%를 차지하는 ‘국민 맥주’다. 기네스의 로고는 왕실을 상징하는 하프 문양이다. 특설 무대에서 만난 피요나 해논(32·회사원)은 “젊음의 열기를 느낄 수 있는 행사로 친구들과 매년 찾는다”고 말했다.

 행사가 오후 5시59분(17시59분)에 시작하는 것은 아서 기네스가 더블린시와 양조장 부지 계약을 한 해가 1759년이기 때문이다. 계약기간은 무려 9000년. 당초 90년간 매해 임차료 45파운드를 내기로 했는데, 계약서 작성 과정에서 사실상 영구히 하자는 의미에서 9000년이 됐다는 설명이다. 기네스 맛을 책임지는 마스터 브루어인 퍼겔 머레이는 “단맛과 볶은 보리 맛, 쓴맛을 동시에 느끼며 눈으로도 즐기는 술”이라며 “잔에 따른 직후에 동전으로 톡톡 치면 둔탁한 소리가 나는데, 약간 시간이 지난 후 다시 두드리면 보다 맑은 소리가 난다. 그때 마시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더블린=염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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