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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으로 뛰는 주한 외국 임원들

중앙일보

입력

지난 2.3일 이틀 동안 6백여명의 전 직원이 참석한 가운데 강원도 보광 피닉스파크에서 단합 대회를 연 모토로라 코리아. 이 회사 직원들 사이에선 외국인 임원들이 당시 펼쳤던 '깜짝 쇼' 가 아직도 화제다.

회사측은 당초 "인기듀엣 '클론' 을 초대 가수로 모실 것" 이라고 사내에 허풍을 떤 뒤 외국인 임원진들이 분장한 가짜 '클론' 팀과 백댄서들이 출연해 진짜 못지 않게 립싱크쇼를 펼쳤던 것.

이날 행사엔 또 조지 터너 사장을 비롯해 12명의 임원들이 주방장이나 서빙 맨 복장을 하고 직원들의 음식 서비스를 해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모토로라 코리아 관계자는 "쇼에 출연한 클론과 백댄서 등으로 출연한 외국인 임원 3명은 행사 3일 전부터 비디오를 보며 연습할 정도로 열성을 보였다" 며 "사장을 포함한 임원들의 깜짝쇼가 직원들과의 거리감을 없애는데 크게 기여했다" 고 설명했다.

한국에 부임하는 주한 외국 기업인들의 움직임이 전에 없이 활발하다.

불과 2~3년 전만 해도 상당수 외국기업인들은 외국 기업에 대한 국내에서의 좋지 않은 시각을 의식해 가급적 몸을 사리는 태도를 취해왔었다.

일부 회사의 경우 언어 소통 등의 문제로 한국인 직원들과의 관계 역시 소원했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많은 외국인 지사장들이 ▶한국 발령 직후 기자 회견을 갖거나 ▶대중 매체 출연 및 기고에 나서고 ▶사내외 행사에도 적극 참여하는 등 친밀감을 높이는 데 적극 나서고 있다.

한국 3M의 브래드 사우어 신임 사장은 8일 서울조선 호텔에서 기자 간담회를 가졌다.

이날 간담회는 신임 사장의 사업 계획 등을 밝힌 자리로 국내 기업인과 다를 바 없이 포부와 신상을 꾸밈없이 밝혔다. 독일의 대표적 기계메이커인 한국 지멘스의 귄터 슈스터사장도 최근 국내 부임 12년 만에 처음으로 기자 회견을 갖고 회사와 자신을 소개했다.

미국의 항공.군수회사인 노드롭 그라만 코리아의 키스 영 지사장 역시 지난달 부임 2년만에 처음으로 회사 설명회 및 기자 간담회를 갖는 등 '신고식' 을 가졌다.

로날드 싱클레어 볼보트럭코리아 사장은 전국을 돌며 주요 고객인 트럭 기사들과 직접 만나는 것으로 유명하다.

볼보 트럭 관계자는 "사장이 직접 거리에서 고객들과 만나 트럭을 팔면서 소줏잔도 기울인다" 고 말했다.

주한EU상공회의소가 지난달 부산 테즈락 항에서 2백 여명의 주한 유럽기업인 및 가족 등 2백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선상 파티' 를 여는 등 외국 경제 단체소속 기업인들의 모임도 다양해지고 있다.

표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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