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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어민이 영어독후감 지도까지 … 동네 도서관이 달라졌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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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도서관 ‘서초영어센터’ 체험교실에서 학생들이 발도장 찍기를 하며 영어를 배우고 있다. [황정옥 기자]

2009년 개관한 부산영어도서관을 비롯해 지난해 말 꿈나래어린이영어도서관, 올해 초 양천어린이영어도서관&영어체험센터, 서초영어센터 등 공공 영어도서관들이 잇따라 문을 열고 있다. 공공 영어도서관에서는 무료이거나 저렴한 비용으로 외국 도서를 대여할 수 있고 어린이와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교육 프로그램도 다양하다.

글=박정현 기자
사진=황정옥 기자

독서 기반한 영어교육 강좌 다양

김준원·준희(서울 서이초 5·3) 형제는 학교에서 돌아와 가방을 놓자마자 매일 들르는 곳이 있다. 집 근처에 있는 영어도서관인 서초영어센터다. 매일 2시간씩 영어책을 읽는다. 11일 오후에도 형제는 어김없이 서초영어센터 도서관에서 독서 삼매경에 빠졌다. 준희군은 “하루 10권 정도 영어책을 읽고 간다”며 “책이 많아 매일 와도 지루하지 않다”고 말했다.

같은 시간 센터 5층에서는 ‘펀클럽’ 수업이 진행됐다. 유치원생부터 초등 1년생까지, 5명이 31일 센터에서 열리는 핼러윈 파티에 사용할 호박 모양의 랜턴을 만들었다. 펀클럽은 영어를 처음 배우는 학생들이 흥미를 갖도록 요리·미술·과학·음악 체험을 곁들여 수업한다. 김경희 강사는 “사설학원처럼 학습에만 치중하기보다 아이들의 수준에 맞춘 수업을 한다”며 “도서관이라 읽기에 비중을 둔 수업”이라고 설명했다. 주 2회 수업료는 한 달에 8만원. 이곳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영어학원을 그만둔 김민서(서울 서초초 2)양은 “학원에 비해 수업료가 저렴하지만 수업 내용은 비슷한 것 같다”고 말했다.

서초영어센터는 서초구가 시설을 마련하고, 운영과 프로그램은 대교가 맡고 있다. 월 1만원을 내면 1회 4권씩 책을 빌릴 수 있다. 최윤정 센터장은 “인근 학교를 다니는 학생들이 매일 하굣길에 들러 책을 읽고 간다”며 “학부모들도 많이 방문한다”고 설명했다. 김지연(39·서울 서초구)씨는 “한국 엄마들이 선호하는 책이 많아 자주 찾는다”며 “집 근처에 저렴하게 강좌를 이용할 수 있는 영어도서관이 있어 좋다”고 말했다.

엄마를 위한 자녀 독서 지도 강좌 인기

부산영어도서관은 어린이부터 성인까지 이용할 수 있다. 부산교육청이 직영해 초등학교 교사들이 파견근무를 하며 독서 지도를 한다. 이곳에서는 영어교육 강좌 외에도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리딩 버디’는 중·고교생들이 후배들에게 영어동화책을 읽어 주는 자원봉사 프로그램이다. 독서 후 북리포터를 쓰면 원어민 강사들이 첨삭을 해 주기도 한다.

서강대SLP가 위탁 운영하는 마포어린이영어도서관은 엄마가 직접 아이에게 영어독서 지도를 할 수 있도록 학부모를 대상으로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차수진 관장은 “독서 지도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학부모들끼리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정보를 교환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서울 용산에 생긴 용암어린이영어도서관은 책을 주제별로 선정해 정리했다. 아이의 성향과 발달 단계를 고려해 독서지도도 해 준다.

손가락 접으며 자기 수준 맞는 책 선택

도서관에서는 아이가 직접 도서검색을 해 책을 고르게 한다. 차 관장은 “아이들은 자신이 고른 책은 어떻게든 책임지려 하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독서 효과도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아이 수준에 해당하는 책과 관심 있어 하는 분야의 책을 섞어 읽게 하는 게 바람직하다.

영어도서관연구소 권혜경 대표는 자신에게 적합한 책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파이브 핑거 테스트(five finger test)’를 소개했다. 그는 “책을 읽다가 모르는 단어가 나올 때 손가락을 하나씩 접어 4개 이상 되면 그 책은 적합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영어도서관에서 돌아온 뒤 북어드벤처닷컴이나 매직트리하우스, 키즈클럽닷컴 등의 국내외 영어교육 사이트에서 읽은 책의 제목을 검색하면 관련 워크북이나 워크시트 등을 내려받아 독서 후 활동을 재밌게 할 수 있다고 추천했다. 최 센터장은 “공공 영어도서관에는 시청각 교재도 겸비돼 있어 이런 활동만으로 영어학원을 다니는 것과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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