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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장엽 이후 최고위 탈북자, 국정원 연구소 재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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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2년 전 북한을 탈출한 뒤 행방이 묘연하던 김일성사회주의청년동맹(청년동맹) 핵심 간부가 국가정보원 산하 연구소에 재직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대북 소식통은 17일 청년동맹 양강도 제1비서(책임자)를 지낸 설정식(41)씨가 최근 서울 도곡동 소재 국가안보전략연구소(소장 남성욱) 연구위원으로 임용됐다고 전했다. 설씨는 20여 명의 다른 고위 탈북 인사와 함께 북한 정세 분석, 대북 전략 수립과 관련한 연구 업무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 측은 설씨가 입국한 이후 비공개 상태에서 보호해 왔으며 현재도 외부와 접촉을 차단한 채 24시간 특별경호 조치를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는 그동안 설씨가 한국으로 망명했다는 국내외 언론 보도에 대해 확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 입장을 취해 그의 소재를 놓고 궁금증이 증폭돼 왔다.

 설씨는 1997년 망명한 황장엽 노동당 비서(지난해 10월 사망) 이후 한국으로 망명한 최고위급 노동당 인사로 간주돼 왔다.

그는 청년동맹 양강도 제1비서이던 2009년 6월께 모습을 감췄으며, 북한은 중국에 소재 파악을 위한 협조를 요청하기도 했다. 대북 소식통은 “설씨는 김정일 후계체제를 떠받들 노동당의 30~40대 그룹 중 한 사람으로서 당의 외곽조직인 청년동맹 지방 책임자를 맡아 경륜을 쌓던 중이었다” 고 말했다. 북한은 설씨의 탈북이 확인된 직후 관련 책임자를 문책하고 대대적 검열을 벌였으며, 설씨 가족을 정치범수용소에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설씨는 양강도 백암군에 짓던 발전소 건설자금과 김정일에게 보낼 ‘충성자금’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소식통은 덧붙였다.

 설씨의 한국행 가능성은 지난해 11월 뉴욕타임스의 보도를 통해 제기됐다. 신문은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미 국무부의 외교 전문을 인용해 “2010년 1월 유명환 당시 한국 외교부 장관이 방한한 로버트 킹 미 대북인권 특사에게 ‘다수의 북한 고위 관리가 한국으로 망명했다’고 말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전했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위키리크스의 전문에 대해서는 어떤 확인도 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통일부는 2009년 북한 인명록에 ‘양강도 청년동맹 1비서’로 설씨를 소개했으나 이듬해부터 삭제했다. 통일부는 그러나 “오랫동안 북한 언론매체에 나타나지 않아 없앤 것일 뿐 망명설과는 무관하다”고 설명해 왔다.

이영종 기자

◆‘이집트 혁명’ 지켜본 북한 화가 귀순=이집트에 거주하던 북한 미술가 한 명이 지난 8월 주이집트 한국대사관을 통해 망명한 것으로 17일 알려졌다. 외교 소식통은 “2개월여 전에 북한 미술가 A씨가 대사관에 망명을 신청했으며 현재는 국내로 입국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A씨는 무바라크 정권 고위층 인사들에게 벽화를 그려 주는 작업을 해 왔으며, 2008년 파견기간이 종료된 뒤 잠적해 이집트에 머물러 오다 망명했다고 한다. A씨는 올해 이집트 시민혁명이 일어난 뒤 사회주의 체제에 회의를 느껴 한국행을 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일성사회주의청년동맹=만 14~30세 남녀를 대상으로 한 노동당의 핵심 외곽단체로 회원 수는 500만 명(북한 인구는 2400만 명)에 이른다. 1946년 ‘북조선민주청년동맹’으로 창립 , 64년 ‘사회주의노동청년동맹’ 으로 개칭됐고 96년 현재의 이름으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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