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반퇴진 발표후 더 바빠진 정몽구·몽현 형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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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주영 명예회장의 동반퇴진 발표이후 몽구(MK).몽헌(MH) 두 형제의 움직임이 더욱 바빠졌다.

MK는 스스로 `국제적인 감각을 갖춘 전문경영인'임을 공언하기가 무섭게 미국으로 달려가 `대어를 낚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경영일선에서 후퇴한 MH도 일본에서 남북경협사업 구상에 골몰해왔고 곧 김대중 대통령의 방북을 수행하게 돼있다.

MK의 행보는 경영권 고수라는 면에서 비장감이 엿보인다. 부친인 정 명예회장의 `결단'을 거슬렀다는 비난여론을 불식시키려면 경영능력 과시가 절실하다. MH는 장외에서 뛰는 탓에 긴장감이 덜하다. 그러나 MH도 남북경협사업을 경영능력을 검증받는 기회로 삼아 권토중래의 발판마련을 기도하려면 역시 신경이 많이 쓰일 수밖에 없다.

◇ MK 카드는 뭔가 = MK는 지난 2일 미국으로 출국하면서 이미 배수진을 친 것으로 보인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국제적인 경영성과를 `선물'로 들고올 것이라는 관측이 그래서 나온다. 특히 "세계 자동차업계가 깜짝 놀랄만한 빅 뉴스가 주중 국내에 타전될 것"이라고 MK측근들은 자신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라면 MK가 출장목적으로 내건 ▲미국 IFC사와의 연료전지 공동개발 ▲브라질 조립공장 설립 ▲미주지역 전략회의는 당초의 노림수가 아닐 것이란 관측이 높다.

그보다는 대우자동차 인수방안과 관련한 모종의 발표가 있을 것이란 예상이 우세하다. 대우차 인수전의 최대현안은 현대차와 외국업체와의 짝짓기 여부. 현대차는 그간 다임러크라이슬러와 포드를 놓고 저울질을 해온데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시한도 이달말로 다가오고 있다는 점에서 성사가능성이 높다는게 현대주변의 시각이다.

특히 다임러크라이슬러와 공동지분참여 방식으로 합작회사로 설립하는 방안도 유력히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각에서는 다임러와 대우차 인수문제를 포함해 4∼5가지 협의안건을 일괄타결시키는 `패키지 딜' 가능성도 점쳐진다. 다임러와는 ▲ 현대차 지분 10% 참여 ▲전주공장의 50:50 합작사 운영안건이 협의중이어서 충분히 예견이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월드카 파문의 부정적 여파가 남아있어 예상만큼의 성과를 기대하기 힘들지 않겠느냐는 시각도 없지 않다.

◇ MH 경협특수 가져올까 = MH가 겉으론 `현대회장'직이라는 입지를 잃기는 했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위상이 급격히 달라진 건 없다는 관측도 가능하다. MH는 이미 98년부터 이사회 중심의 책임경영을 강조하면서 각 계열사 CEO에게 사실상 전권을 위임해왔다.

현대의 한 관계자는 "웬만큼 중요한 사안이 아니면 계열사 사장들에게 `알아서 하라'는 식이었다"고 전했다. 오히려 대북사업에 대한 업무비중이 날로 늘어났다는 게 현대 주변의 설명이다.

이런 시각에서 출발한다면 MH가 현대의 남북경협전담사인 현대아산의 이사회의장 직을 맡고 있다는 점은 예사롭지 않다. 현대아산은 그 자체로는 적자투성이지만 현대의 주력계열사 7개사가 공동출자한 회사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현대아산은 올들어서만 2천억원이 넘는 증자를 하면서 덩치를 계속 키워가고 있고 현대의 대북사업의 추진체로서의 입지를 굳혀가고 있다. 남북정상 회담 이후 경협특수라는 점에서도 현대아산의 위치는 매우 중요하다.

주목되는 점은 김재수 구조조정위원장이 최근 기자회견에서 "정 회장은 현대아산을 맡아 남북경협사업의 코디네이터로서의 역할을 할 것"이라고 언급한 대목이다.

정 회장이 현대아산을 통해 주력계열사들의 대북사업 진출을 적극적으로 관장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발언이다. 앞으로 우리경제계의 최대현안으로 부상하게될 남북경협사업을 수행하면서 경영능력을 재차 검증받는다면 정 회장의 `복귀'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동반퇴진 후유증으로 어수선한 상황에서 김윤규현대아산 사장 대신 본인이 직접 김 대통령 수행단에 참여하겠다는 것도 강력한 사업의지를 엿볼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그러나 현대관계자는 "아버지의 뜻에 따라 착실히 대북사업을 벌이는 것 외에 별다른 의미가 없다"고 이같은 시각을 일축했다. (서울=연합뉴스) 노효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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