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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출입 “NO” “YES” … 둘로 쪼개진 홍대 클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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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15일 밤 서울 마포구 홍익대 앞 클럽거리에 ‘미군 출입 금지’라고 쓰인 팻말이 붙어 있다. [노진호 기자]

서울 마포구 홍익대 앞 클럽 거리가 ‘주한미군 출입’을 놓고 둘로 갈라지고 있다. “출입을 시킬 경우 미군 범죄가 늘어날 것”이란 주장과 “클럽 안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도 아닌데 안 받을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것이다.

 15일 오전 1시 홍대 앞 거리. 매달 셋째 주, 넷째 주 금요일에 열리는 ‘클럽데이’를 홍보하는 포스터에 ‘미군과 미성년자 출입 금지’라는 글귀가 적혀 있었다. 사람이 많기로 유명한 A클럽 앞에는 미군의 모습이 눈에 띄지 않았다. 홍대 앞 클럽 운영자 등으로 구성된 ‘클럽문화협회’에 소속된 이곳은 미군 출입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클럽 입구에서 신분증 검사를 하던 한 직원은 “최근 미군 성폭행 사건이 일어난 다음부터는 단속을 더 강화하고 있다”고 했다.

 같은 시각, 역시 협회에 소속된 B클럽. 이곳은 A클럽과 달리 많은 외국인이 드나들었다. 머리를 짧게 깎아 군인처럼 보이는 백인 남성도 별 제재 없이 입장했다. 직원 최모(25)씨는 “우리는 미군이라고 해서 막지 않는다”며 “그동안 클럽 안에서 미군이 문제를 일으킨 적이 없었다”고 했다.

 홍대 앞 클럽들은 강남이나 이태원과 달리 2002년 11월부터 미군 출입을 막아왔다.

클럽문화 부흥기에 맞춰 홍대를 찾는 미군이 늘면서 미군 범죄도 함께 증가했기 때문이다. 클럽문화협회 최정한 회장은 “성폭행, 성희롱 사건 등 미군 범죄가 너무 많아 이대로는 동네 전체가 망할 수 있겠다는 위기감이 있었다”며 “협회에 가입된 10여 개 클럽이 전부 미군 금지를 찬성했다”고 말했다.

 클럽들 사이의 갈등은 지난해부터 시작됐다. 홍대 앞 상권이 급격히 커지면서 협회에 소속되지 않은 댄스클럽이 우후죽순처럼 들어섰다. 이들이 미군을 받기 시작하자 협회에 소속된 클럽까지도 영향을 받았다. 협회의 미군 출입 금지 조항도 ‘강제’에서 ‘권고’로 한발 물러섰다. 최 회장은 “일부 업주가 ‘미군을 받지 않다간 우리만 손해를 보게 된다’며 이의를 제기했다”며 “다음 달부터 댄스클럽은 따로 ‘업주협회’로 독립할 예정인데 미군 출입 금지가 잘 지켜질지 걱정”이라고 했다.

 클럽 거리에서 만난 젊은이들은 미군 출입 금지에 찬성하는 사람이 더 많았다. 정승호(20)씨는 “술에 취한 미군이 욕을 하고 시비를 건 적이 종종 있었다”며 “부딪쳐봐야 좋을 게 없어 일단 피하고 본다”고 했다.

김동연(20)씨는 “여고생 성폭행 뉴스를 보고 난 다음엔 좀 꺼림칙한 게 사실”이라며 “소위 ‘부킹’ 문화가 있는 강남·이태원은 몰라도 홍대는 좋아하는 음악 듣고 춤추는 유일한 곳인데 미군 출입 금지가 유지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효은·노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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