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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초스피드 `날림공사` 비난에 "파괴 분자의 소행"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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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중앙포토>

45층짜리 아파트 골조 공사를 3개월 만에 초스피드로 해치우는 북한의 `날림공사` 신공이 발전소 건설 현장에서 문제를 일으켰다. 에너지난을 타개하기 위해 2007년 지었던 삼수발전소 곳곳에 물이 새고 둑이 무너져 몇 년째 제 구실을 못하고 있다고 한다.
삼수발전소는 북한 당국이 처음으로 전력의 자력생산을 천명하며 대대적인 선전을 하고, `자력갱생`의 상징으로 삼았던 곳이다. 해외에 건설상황과 완공 사실을 대놓고 알릴 정도였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그 때마다 등장한 것은 물론이다. 건설 현장을 수 차례 현지시찰하고 완공 후에도 발전소 내부를 돌아봤다.

10만여 명의 노동력을 동원해 대대적으로 건설한 김정일의 `작품`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이상한 소문이 들렸다. 당초 5만㎾의 전력을 생산할 것으로 알려져 기대를 모았지만 완공한 뒤 곧바로 전력 생산량이 1만㎾ 안팎에 불과하다는 소문이 퍼졌다. 이후 김정일의 발길은 끊겼다. 대외 선전을 했던 발전소에 등을 돌린 것이다.

"발전소 주변에 장마철만 되면 흙과 모래가 차오른다"는 인근 주민의 말이 전해지기도 했다. 그러나 조선중앙통신은 "삼수발전소 등 10여 개의 수력발전소에서 충분한 전력이 생산되고 있다"며 선전에만 열을 올렸다.

의심쩍었던 소문은 사실이었다. 13일 RFA에 따르면 삼수발전소는 3년 넘게 가동을 멈췄다. 첫 가동을 할 때도 발전기의 일부만 돌았다. 부실 공사가 원인이었다. 다 돌리면 무너지기 때문이었다. 양강도 출신의 한 탈북자는 "시멘트가 아니라 진흙이나 자갈을 마구 쌓아 2008년, 수압을 견디지 못하고 둑이 터졌다"고 전했다.

콘크리트에 시멘트 기둥을 세우고, 그 속에 진흙과 막돌을 집어넣어 겉에만 시멘트를 포장하는 공사를 했다는 것이다. 성공했으면 `소양강 댐`같은 성공사례가 될 뻔 했다. 하지만 하루 14시간 일을 시키고 강냉이밥 580g을 주면서 노예노동을 하는데 공사가 제대로 될 리 없었다. 완공하자마자 발전기 1개만 돌리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질 정도였다.

당시 공사에 투입된 사람에게는 `돌격대원`이라는 칭호를 부여했다. 알고보면 그 칭호에는 불도저같은 중장비 하나 없이 맨몸으로 돌과 진흙을 지고 날라 둑을 쌓는 노예노동이 고스란히 반영돼 있었던 것이다.

삼수발전소의 둑이 터지자 북한 당국은 "중국에서 기어들어온 파괴분자들의 소행"이라며 민심을 딴 데로 유도했다고 한다.

김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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